
김영섭 설계 성당 돌아보기, 80년대의 마지막에 김중섭 씨와 함께했던 논현동 성당입니다.

강남 한복판 논현동의 이름은 옛날 좌우로 논밭이 펼쳐져 있다는 논고개에서 왔다고 하죠.
물론 지금은 어마어마한 땅값을 자랑하는 부촌이 되었지만 지하철 학동역과 언주역 사이의
그 고개만은 남았고, 고개 정상 언저리에 논현동 성당이 있습니다.

착한 목자를 주보 성인으로 하는 논현동 본당이 설립된 것은 1976년, 현재의 성당 건물이
세워져 축성된 것은 1988년입니다. 어디선가 1991년 축성이라고 들어 1989년의 수유1동
성당의 2년 동생인줄 알았더니만 1년 형이었군요. ^^; 실제로 거의 동시기에 작업된 것으로
보이며 내부 공간부터 외부 디테일까지 정말 형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서로 닮았습니다.

먼저 입구 오른편의 성모상에 인사를 드리고

수유1동에서 완만하게 반원형으로 여러 단계에 걸쳐 꺾어졌던 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이곳 논현동에서는 담백하고 평범한 구성입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진입 금지.

2층으로 통하는 건물의 내부 계단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89년 방한때 제44차 성체대회 일부를 이 논현동 성당에서 집전하셨거든요.

그때 사용하셨던 나무 의자와 장궤틀도 보존되어있는 등 교황 방문에 대한 자부심이 뿜뿜~

성전 내부는 역시나 넓고 높습니다.
채광창이 많았던 수유1동에 비해 조금 어두운 대신 그만큼 엄숙해 보이는 효과가 있는 듯.

내부가 회색 석재로 마감되었던 수유1동과 달리 외부와 같은 적벽돌에 흰색 가로선의 기조를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군요.

무엇보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두 성당을 관통하는 거대한 돔형 천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벽과 천장 사이의 틈에 채광과 환기를 위한 창을 넣고 색유리화를 입힌 것도 마찬가지구요.
팔각 벽에 팔각 지붕을 그대로 올려 팔각 벽에 사각 지붕의 수유1동에 비해 구조가 단순한데
공간 구성이나 마감, 디테일 면에서 수유1동 쪽이 동생(후발 작업)인게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가로의 흰 라인에 모서리 디테일까지 종탑에서도 형제의 증명을 하고 있구요.

앞뒤로 뜰을 가졌던 수유1동과 달리 뜰이 측면으로 연결된다는게 가장 큰 차이...려나요.
성당이 언덕 위 경사지에 있다보니 저 뒤로 보이는 사제관은 한 층 정도 내려가야 합니다.

하여간 이정도로 똑 닮았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매우 닮은 성당 두 곳을 며칠 간격을 두고
이어서 찾는 것도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두 성당은 적벽돌과 고전적 형식미라는 대한민국 천주교 성당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불리한 입지 속에서 큰 공간과 엄숙함을 추구하는 상당히 절충적인 접근의 결과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마지막으로 김영섭 씨는 김중섭 씨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작업하게 되는데..
다음은 역시 서울의 잠원동 성당으로 갑니다~
성당 여행 #123 서울 수유1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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