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계획했으나 급작스런 기상 변화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강원 북부 여행,
개천절 연휴를 맞아 급거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다른 곳을 갈 생각이었건만
이리저리 일에 치이다보니 새 계획을 짤 시간이 없어 고대로 다시 꺼내 재활용 고고!?

양구군은 강원 북부에서도 외진 곳이다보니 읍내를 둘러본 것은 왕년 군청 답사 때가 처음,
이번이 두 번째가 됩니다. 물론 첫 목적지는 양구 성당이죠. ^^;

옛 건물을 간직한 옛 성당 안의 한쪽 벽에는 매우 독특하고 멋진 그림이 걸려있네요.

읍내를 돌다보면 양구 출신의 유명 화가 박수근을 크게 기념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으니
또한 박수근 미술관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전체 규모가 매우 크더구만요.

현재 진행중인 전시의 주인공인 이 네 점 유화를 비롯해 소장품의 질과 양 모두 높거니와

아주 너른 부지 위에 다양한 건물들에 걸쳐 여러 전시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수근 하면 생각나는 빨래터라던가 자작나무 숲을 실제로 구현해놓기도 했구요.
곧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강추 플레이스입니다. 양구에 이런 수준의 미술관이 있었다니!

새벽에 출발해서 두 곳을 먼저 본 뒤에야 늦은 아침을 먹으러 근처의 유명 빵집에 갑니다.
배꼽 제빵소라고, 양구 읍내가 크지 않다보니 자동차로 5분 정도면 어디든 이동 가능~

이곳의 유명한 빵들이 따로 있다던데 식사를 겸하다보니 샌드위치 종류를 먹었죠.
배가 고파 더 그렇기도 했겠지만 맛도 훌륭~

양구에서 한두 곳을 더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지친 심신에 배를 채우니 갑자기 노곤해져
다 건너뛰고 쉬다 다시 차를 달려 속초로 건너왔습니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이라는군요.

회화...까지야 왕년에 들었던 교양 수업과 몇 권 훑어본 관련 서적으로 주워들은게 있다지만
조각에서는 그런 것도 전혀 없다보니 막연히 본능대로 느껴지는대로 바라볼 뿐입니다마는

작품들이 놓인 공간 자체가 예사롭지 않네요.
전시관을 따로 둘 만큼 김명숙 작가의 작품이 유독 많다 했더니 이곳의 관장이시라고. ^^

하루에 미술관 두 곳을 도는 일도 좀처럼 없을텐데 아무튼 간만에 눈호강을 했군요.
다만 입장권과 교환하여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커피맛 모르는 제 입에도 아닌 걸로. --;

속초 시내로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유명한 함흥냉면 집으로 향합니다.

전쟁 뒤 함흥 지역의 회국수, 즉 함흥 냉면을 만들어 판 최초의 가게 중 한 곳이라지요.
몇 번 먹어본, 역시 원조 중 한 곳인 서울 오장동 냉면집과 비교하면 맛은 거의 흡사하지만
면이 더욱 가늘게 뽑히고 그 때문인지 양이 더 많았습니다. 냉면 한 그릇에 배부른 건 처음?

그리고는 숙소에 들어가 그대로 기절...한 뒤 눈을 떠보니 해가 졌군요.
저녁으로 속초 명물 닭강정을 먹으러 나가기도 귀찮아 그냥 숙소 앞 치킨집으로 해결~

둘째날 역시 성당 답사로 시작합니다. 청호동 성당이 근래에 새로 지어졌거든요.

너른 중정을 긴 회랑으로 둘러싼 멋스러운 성당이네요. 옛 수도원 같기도 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이콘과 원색이 알록달록한 색유리화의 조화도 훌륭합니다.
역시 자세한 이야기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어째 속초에 오면 항상 영금정 주위에 머물렀던터라 이번에는 두 호수를 보기로 합니다.
1999년 국제관광엑스포 이래로 청초호 주변은 근사한 공원과 유원지가 되었네요.

어디서든 만나면 일단 찍게되는 소녀상.

빵을 참으로 사랑하는 일행 덕분에 둘째날 아침도 역시나 빵입니다.
이름이 같은 모 자동차 전문 기자 덕분에 차덕들의 필수 방문지로 통하는 한상기 베이커리!

어 근데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도 좋더라구요? 대체로 훌륭했찌만 특히 아침 식사를 책임진
새우 바게트 샌드위치는 지금껏 먹어본 바게트 샌드위치 중에 최고라는데 모두 동의했습니다.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근처 조양동의 선사시대 집터 유적에 오릅니다.

다리 뒤로 매번 갔던 속초 등대와 영금정이 살짝 보이네요. 이번에는 이걸로 끝이야~

이번에는 북쪽의 영랑호로 갑니다. 영랑호 리조트 주위를 걷다보면 발견하는 거대한 바위!

이게 범바위였군요. 그래도 속초에 온게 여러 번인데 난 왜 처음 보는가~

영랑정을 통해 바위 위로 올랐습니다. 구름이 잔뜩이지만 아직 비는 뿌리지 않아 고맙네요.
원래 계획은 고성으로 올라가 송지호와 화진포를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시간은 이미 꽤나 흘렀고 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다 일행의 몸상태가 모두 비실비실한 터라
다음을 기약하고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서울 돌아오는데 네 시간 넘게 걸렸구요.
뭐 언제나처럼 성당과 미술관 중심의 여행이지만 모처럼 일박 잡고 멀리 나가니 좋네요.
다음에는 언젠가 인제 찍고 고성을 마저 가봐야 할텐데, 언제가 언제일지~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