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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지움 조각미술관 - 부드러운 방 시간.거울.심담 by glasmoon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을 보고 쉬다 속초로 달려와 들어간 곳은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입니다.
하루에 미술관 두 곳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지만서도 이런 일정이 짜인 건
일-월 코스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미술관 및 박물관들이 월요일에 쉬기 때문이죠.
정작 개천절 대체 휴일이라 휴무일이 밀렸음에도 8월에 짠 계획을 그대로 들고오다보니;;



무슨 폐허인가, 옛 공장 부지에 미술관을 지었나 싶을수도 있지만 제대로 찾아온게 맞습니다.
일단은 노출 콘크리트인데 골조 자재로 매우 큰 돌들을 써서 이렇게 거친 느낌을 주었군요.
'바우지움'이라는 이름 자체가 바우(바위)와 뮤지움의 합성이라니 과연 그 뜻 그대로입니다.



아무튼 미시령을 거쳐 속초로 들어가는 길 울산바위를 지나 속초 IC 부근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행정구역상으로 고성군에 속하지만 다들 그냥 속초의 미술관으로 알고 있죠.



거친 벽과 담 사이로 입장~ 고른 자갈과 통유리까지 붙으니 썩 그럴듯한 배경이 나오는군요.



내부는 이름 그대로 일반적인 회화 작품 없이 100% 조각품들로만 구성된 미술관인데...
주류 회화는 책 몇 권에서 주워들은 풍월이라도 있지만 조각은 완전 문외한이라는게 문제죠.



일단 여체와 곡선 위주의 근현대 작품이라는건 잘 알겠습니다만~



지퍼를 끝까지 올려버린 이 청년은 조광훈 작가의 "방어자세"라는 작품입니다.
여러모로 이질적이어서인지 한쪽 코너에 홀로 따로 있더구만요.



하지만 저에게 조각품들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건 아무래도 건축물일 수밖에 없는데,
직선적인 수평과 수직의 기본 구도와 노출 콘크리트, 자갈, 물과 같은 소재에 이르기까지
당연스레 안도 다다오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건물 반대편의, 여느 시골의 천변 계곡처럼 천연덕스럽게 자리잡은 화강암들의 조화는
역시나 돌의 물성이 드러난 콘크리트 벽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차이를 보여줍니다.



살짝 그늘을 드리운 자리에는 화강암으로 조각된 여인상이 터를 잡고 앉았네요.
이 자리가 이 집에서 최고 명당이로구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너른 잔디밭 위로 또 여러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구요.
근데 어째서인지 작품들 중에 '김명숙' 이라는 이름이 박힌 것들이 유독 많다 싶더니...



먼저 본 A관 옆의 B관은 아예 김명숙 조형관입니다.



전시물 전체가 김명숙 씨의 작품들로 채워졌는데



알고보니 김명숙 씨가 이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의 관장이시라고. ^^
사연인즉 치과의사 안정모, 조각가 김명숙 부부가 수집한 콜렉션 및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겸
건축가 김인철 씨에게 의뢰해 사립 미술관으로 세운 것이 이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인 게지요.



A관의 콜렉션에서 느꼈던 대로 김명숙 작가의 작풍은 여체의 곡선을 조화롭게 단순화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역시 조각에 까막눈인 제 관점에서는 호텔 로비
등에서 흔히 보던 조각품과 어떻게 다른지는 잘~



C관은 세미나 공간이라네요. 거주 시설도 갖춰져 있는 듯.
건물 지어다 작업도 하고 전시도 하고 별장(?)처럼 쓰고 심지어 입장료 수익(!)까지 얻는다고
일행은 매우(x10) 부러워 합니다. 물론 이런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비용 또한 상당할텐데도요.



뒤편에는 정말 귀여운 장식이 올려진 장독대도 있습니다. 정말 장이 들어있는 것이려나??



아무튼 이렇게 구경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만 끝일줄 알았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



아트샵 옆에 아트 스페이스라고, 기획전시 공간이 있었네요.
현재 '부드러운 방 시간.거울.심담' 이라는 제목 아래 김정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벽에 걸린 작품들이 부조? 타일?에 가까운 것들이라 저로서는 더더욱 모르겠더라구요.
구석구석 놓여진, 아마도 작가의 상징처럼 보이는 푸른색 소년들이 오히려 눈에 띄지만
걸린 작품들과 간극이 크다보니 어떤 맥락을 갖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아하하~



아무튼 정말 구경이 끝났습니다. 근데 저 멀리에서 보이는 병풍같은 저것이 울산바위였네?
...하고 생각해보니 모든 건물들이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배치된 거였네요. 바우지움의 바우가
울산바위이기도 한 건가? 덕분에 남향이 아닌 서향이 되었지만 울산바위가 보인다면야~



이곳도 둘러보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으므로 내부의 카페 바우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관람객에게는 기본 커피 한 잔을 무료 제공하더라구요. 물론 차액을 부담하면 다른 것도.



하지만 그 커피 맛이, 커피에 별 취미가 없는 제 입에도 그닥;; 쓰다 해야하나 시다 해야하나.
바리스타 공부를 한 일행 말로는 커피빈이 오래되면 이런 맛이 날 수 있다는데.



조각은 잘 모르고 커피맛도 오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제 경우엔 독특한 건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예쁜 사진 남기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시 인물 사진 배경으로도 그만이겠죠?



그러는 사이 또 배가 고파졌으니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오늘의 픽은 '원조 함흥냉면옥'.
흥남 철수를 거쳐 내려온 피난민들이 이북으로부터 가까운 속초 일대에 많이 정착하였는데
고향에서 먹던 매운 회국수를 만들어 팔았고, 이후 고향의 지명을 따 함흥냉면이 되었다죠.



이름에 '원조'라고 박은 곳 치고 원조인 경우가 잘 없다지만 이곳은 예외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저런 방송에 많이 소개되어 알만한 분은 다 아는 곳이겠으나 저는 오늘이 처음;;



원래는 감자 전분에 가자미회가 고명으로 올라갔으나 시간이 흐르며 재료 수급 사정으로 인해
고구마 전분에 명태회의 조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함흥냉면의 원조 중 하나로
알려진 서울 오장동의 냉면집과 비교할때 맛은 거의 흡사하지만 면은 확실히 보다 더 가늘고
그래서인지 비슷한 양으로 보이는데도 한그릇 비운 뒤 배가 불러버렸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부산 국제시장의 함흥냉면은 어떻게 다른지 언젠가 한 번 가서 먹어봐야 할텐데요~


안도 다다오,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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