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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27 속초 청호동성당 by glasmoon



10월 초 양구-속초 여행 기록의 마지막은 속초의 청호동 성당입니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저는 속초에 오면 대부분 속초항 북쪽 동명동 주변에 머물렀기에
이번 속초 여행은 청초호 주변을 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고 숙소도 그 근처로 잡았습니다.
청호동(靑湖洞), 즉 청초호수동네의 본당은 1994년 승격 설립된 비교적 젊은 본당입니다.



입구 오른편에는 성모자상이 모셔져 있구요.



본당으로 승격하면서 오랜 준비 끝에 2015년 완공 봉헌된 현재의 성당 건물은
비교적 트인 공간에 등대처럼 높이 솟은 종탑 덕분에 성당이라는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종탑 뒤를 보면 너른 중정을 끼고 중앙 왼쪽 조배실이 아기 예수, 오른쪽 성전이 성모 마리아,
왼쪽 바깥의 교육관이 성 요셉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건물의 배치로 보나 성전 전면에 걸린 부조로 보나 주보 성인이 당연히 성가정이어야 할텐데
아니 실제로 그러했다는데 새 성전을 봉헌하면서 바다의 별로 바뀌었다네요. 왜 그랬을까요?



정사각형 모양의 중정과 그를 감싸고 있는 열린 구조의 회랑은 국내에서 흔한 것이 아니다보니
닮은꼴의 구조를 바로 떠올릴 수 있었죠. 바로 춘천 죽림동 성당의 새로 만들어진 중정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죽림동 성당의 성역화 사업의 진행자가 이 청호동 성당을 설계한 임근배 씨라고.



아무튼 성당 안팎에서 성가정을 표현하고 있는 여러 상징과 성미술 작품이 왕왕 보입니다.
사진의 색유리는 성삼위를 뜻하는 거지만요. 성전의 문을 왜 안찍었을까...



흐린 날씨 때문인가, 직선적이고 다소 투박하게 보였던 외관과 내부의 인상은 꽤 다릅니다.
가장 먼저 내부 공간을 감싸듯 천장에서 벽으로 둥글게 말려내려온 목재 인테리어가 크겠죠.



제대 왼편의 채광창으로 들어온 빛이 제대와 십자고상에 입체적인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십자고상은 특이하게 오른팔을 늘어뜨린 모습인데, 스페인 멜리데의 작은 성당에서 죄짓기와
참회를 반복하는 신자에게 사제가 용서를 거부하자 매달려있던 예수상이 오른팔을 내밀어
직접 죄를 사하였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십자고상은 조재구 작가, 제대와 독경대를
비롯한 목제 작품들은 노틀담 수녀회의 김테레시타 수녀가 만들었다고.



성전 내부가 굉장히 안정감 있고 완성도 높게 보이는데는 이러한 성미술을 담당할 작가를
설계 초기부터 선정하고 함께 준비했기 때문이겠죠. 감실과 종탑 십자가, 외벽 부조를 비롯한
주요 금속 작품들과 십사처, 색유리화 등은 김형주 작가가 담당하여 제작하였습니다.



나오면서 이렇게 바깥쪽으로 보니 죽림동 성당의 새로 만들어진 구간과 정말 닮았네요.
죽림동 성당이 춘천교구의 주교좌 성당이므로 같은 춘천교구의 청호동 성당과는 부자 관계?



하지만 청호동 성당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높은 종탑도 사각 중정도 아닌 뒷마당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성전 제대쪽의 둥근 벽들이 드러나고 종탑이 멀어지면서 전혀 다른 인상이 되지요.
뭘 하고싶어도 절대적인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의 본당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대지 확보에
여유롭다는게 지역 성당의 강점을 이렇게~



마지막으로 주보 성인이 성가정에서 바다의 별로 바뀐 이유를 돌아온 뒤 찾아보았습니다.
성당이 완공되어 축성할 당시 주임 오세민 신부를 비롯하여 네 아들을 사제로, 딸을 수녀로
키운 노모 이춘선 마리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의미로 성모 마리아의 다른 이름 중 하나인
'바다의 별'로 바꾸기로 하였다는군요. 이춘선 마리아는 노환의 몸으로 신축 현장 건너편의
사제관에서 아들과 함께 지내며 성전이 잘 지어지기를 기도하였으나 완공을 몇 달 앞두고
94세를 일기로 선종하셨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성당 여행 #025 춘천 죽림동성당
성당 여행 #057 속초 동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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