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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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비전 by glasmoon



데이비드 린치(혹은 앨런 스미시)의 1984년작 "듄"은 나에게 있어 여러모로 애매한 작품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어른의 사정으로 어마어마한 가위질을 당한 거야 어느정도 감안한다 해도
중요한 설정이 일부 누락되면서 전개의 흐름이 바뀌었고, 오리지널 설정으로 추가된 음파 병기는
아무리 봐도 기괴했으며, 복수가 끝나면서 매듭지어지는 이야기는 평범한 영웅담에 다름없었다.
무엇보다도 원작의 묘사를 충실하게 옮긴 화면은, 물론 환상적이긴 했지만, 원작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올렸던 이미지와 별다르지 않았던 거다. 그래도 '그' 데이비드 린치인데 말이지.



재영화화 기획이 오랫동안 시공간을 표류한 끝에 끝내 드니 빌뇌브의 손에서 다시 만들어졌다.
수 차례 영화와 게임을 통해 만들어졌고 파생되거나 영향받은 아류작이 모래알처럼 깔린 상황에서
그는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거나 또는 새롭게 해석하는 것보다 관객을 경험시키는 것에 주력한다.
이미 몇몇 영화를 통해 뛰어난 위력을 증명한 아이맥스 카메라의 시선으로 훑는 우주와 사막의
깊은 공간감은 이제 실내에까지 침투해 홀 하나, 복도 하나, 방 하나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중세 귀족이 아니라 행성의 지배자에 어울리는 광활하다못해 허무하기까지한 크기를 부여한다.
그 커다란 공간을 채우는 수많은 검증된 배우들, 그들의 몸을 감싼 아름답고 기능적인 의상들,
그리고 그 뒤를 받치는 묵직한 음향과 한스 짐머 특유의 음악까지 더해지면 익히 아는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장면으로 완성되니, 입에서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복잡한 설정과 많은 등장 인물들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두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추가된 대사나 수정된 장면들이 주로 주인공 폴의 감정선을
보완하는 것들이었고 또 효과적이었으므로 앞으로 만들어질 2부에서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강력한 원작이 있고 이토록 압도적인 비전을 제시하였는데 천하의 빌뇌브가 말아먹기야 하려고.
다만 스타일에 다소 차별을 두었을지언정 화면의 분위기가 그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는 부분에서는 다소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감독 이하 다수 스태프들이
그대로 옮겨갔기 때문이겠지만 듄 시리즈를 마무리한 뒤에는 한동안 쉬며 재충전을 해야 할지도.



아 됐고, 그래서 2부 언제 만들어 개봉할 거냐고!!


하나, 주제를 위해서라도 2부에서 그치지 말고 감독의 바램대로 원작 2권을 다룬 3부까지 갔으면.
하나 더, 물론 한스 짐머의 음악도 좋지만 "시카리오", "컨택트"의 요한 요한손이 살아있었더라면?


듄: 전설은 실현되는가

핑백

  • Dark Ride of the Glasmoon : 10월에 본 영화들 2021-11-03 19:59:11 #

    ... 반의하던 "듄"이 이 정도 경지를 보여줬으니 올해 영화계에 더 욕심은 없습니닷. 아이맥스에서 보지 못한게 안타까울 뿐;; 좀더 걸어둘줄 알았구만 "이터널스"에게 뺏기다니;;; [듄] 듄의 비전 [라스트 듀얼] 뇌는 이기적이다 [노 타임 투 다이] 내가 죽는게 죽는게 아니야 [더 맨 앤 르망] 그 남자의 레이스 9월에 본 영화들 8월에 본 영화들 7월에 본 영 ... more

덧글

  • f2p cat 2021/10/23 16:57 # 삭제 답글

    블레이드 러너는 뉘앙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에 아쉬운 여운이 남았고,
    듄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런 관람이 였는데 생각해보면 원작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도에 기인한 그런것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짐머의 음악은 더할나위 없었지만 요한 요한손이 살아있었더라면 빌뇌브는 요한손과 같이 하길 바랬을 것 같습니다)
  • glasmoon 2021/10/25 16:21 #

    애정도 차이라는 말씀이 맞네요. 듄의 영상화는 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했구만 이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자유로운 2021/10/23 21:10 # 답글

    이건 짐머가 해야 합니다.

    그 아재 듄의 광팬이라 지금 음악을 마구 찍어내고 있어요.
  • glasmoon 2021/10/25 16:23 #

    근데 빌뇌브와 요한손의 궁합이 정말 좋았거든요.
    실제 이번 음악에도 요한손의 스타일이 살짝 보이던데, 감독이 요청한건지 짐머가 반영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자유로운 2021/10/26 21:18 #

    뭐 근데 사막가서 직접 자기가 원하는 사운드 내려고 새로 악기 만들어 온 열정을 이기긴 쉽지 않겠죠.
  • 노타입 2021/10/24 15:54 # 답글

    HBOMAX에도 풀려서 휴대폰으로 보는 만행도 가능하지만 가까운 곳에 무늬만 아이팩스인 곳에서 보긴했는데 좀더 멀리가서 진짜 아이맥스로 한번더 볼 생각입니다. 듄 원작을 모르는 입장에서조차 '영화는 극장가서 봐야지'를 2시간반동안 설교듣고 온 기분이네요.
  • glasmoon 2021/10/25 16:24 #

    보면서 '와 ㅅㅂ'를 한 서너 번은 외친것 같습니다;;;
  • 우주고래 2021/10/24 16:18 # 삭제 답글

    신화적이고 적막한 SF비쥬얼과 분위기를 뽑아내는데에 정말 천재적인 감독인것 같아요. 스토리가 난해하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스토리고 뭐고 압도적인 영상과 인물들의 포스에 뚜드려맞느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봤네요.
  • glasmoon 2021/10/25 16:26 #

    스토리가 산만하다고 지적받았다면 영상미가 부족하지 않았나 먼저 생각해 봅시다??
  • Ryunan 2021/10/25 13:37 # 답글

    짐머옹 감독이 됐다는데도 몇 시간 넘는 분량의 곡을 막 보내고 있다던데요 ㅋㅋ

    원작의 거대함에 비해 이 정도면 실마리를 잘 풀었다 싶습니다. 2편 얼른!! 2편!!
  • glasmoon 2021/10/25 16:29 #

    짐머옹 지나친 덕질은 몸에 해롭;; 음반만 벌써 세 장인가 나왔다는데 국내에는 언제 풀리려나요?
  • 락키드 2021/10/29 10:37 # 삭제 답글

    용아맥에서 봤는데 상영시간 내내 와....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네요^^
    코스튬, 배경, 조명, 촬영... 눈이 이렇게 호강했던 영화는 정말 오랫만이었네요. 재관람 예정 ㅠㅠ
  • glasmoon 2021/10/29 15:27 #

    전 일반관에서 본지라 용아맥을 노려보고 있는데 좀처럼 자리가 안나네요. 내려갈때쯤 돼야 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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