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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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미술관 - 안도 다다오와 에밀 갈레 by glasmoon



지난 제주 여행에서 올레길 3-A 코스를 걸은 뒤 다음날은 3코스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와
섭지코지의 유민미술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영문명은 유민 아르누보 콜렉션이로군요.



자연 속에 노출 콘크리트로 낮게 서있는게 딱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특징을 드러내는군요.
본래는 지니어스 로사이(게니우스 로키, Genius Loci)라는 이름의 명상 센터로 지어졌으나
이승만 정부때 장관을 지낸 뒤 중앙일보를 창업한 홍진기의 수집품을 2017년부터 전시하면서
그의 호를 딴 유민 미술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유민 미술관이 있는 섭지코지 일대는 제주에서도 완전히 관광지화된 지역 중 하나여서
개발도 진행되고 사람도 많다보니 여태껏 제대로 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오게 되었네요.



매표소를 거쳐 콘크리트 벽 사이의 입구로 입장~



내부가 보이지 않는 담, 그 안의 곧은 접근로, 그 길 끝의 나지막한 건물이라는 구성은
역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원주의 뮤지엄 산과 거의 흡사합니다.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면
배경이 산 속이 아닌 바닷가이고 접근로 좌우로 깔린게 물이 아닌 현무암 더미라는 정도?



건물로 가까이 가보니 길이 그대로 관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도그럴것이 건물의 내부
구조물은 전부 지하에 있어 지상 부분 전체가 입구이자 로비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아무리 현무암을 깔았어도 안도 다다오가 물을 쓰지 않으면 이상하겠죠? 원래 사진의 두 번째
문과 세 번째 문 사이에서 좌우로 물이 흘러내렸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군요.



길의 끝이자 건물의 끝, 눈 높이에 좌우로 뚫린 가로 슬릿 사이로 보이는 들판, 바다, 일출봉.



본래 명상센터로 지어졌기 때문인지 지하층의 전시실은 특이하게도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알폰스 무하나 클림트의 그림,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로 대표되는 19세기말의 아르누보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분야는 인상파 이후의 순수미술보다 실용미술, 즉 공예품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소도시 낭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유리 공예품들을 모았다네요.



단순한 유리 세공이 아니라 색을 입히고, 유리를 새로 중첩시키고, 그 위에 조각을 붙이는 등
지금 보아도 헉 소리 나오는 수준을 자랑합니다.



지하층의 전시실은 중앙의 원형 통로를 중심으로 4분할되어 있어서



각각의 4분면으로 구성되는 방 안에 별도의 구획이 만들어져 각기 영감의 방, 명작의 방,
그리고 아르누보 전성기의 방이 됩니다. 마치 "듄"에 등장하는 대가문의 저택 같군요.



작은 인공 정원처럼 만들어진 영감의 방.



실제 아르누보는 자연 요소에서 많이 따왔다고 하죠. 이색적인 일본 미술(자포네스크)와 함께.



명작의 방은 이 한 작품, 에밀 갈레(Emile Gallé)의 "버섯 램프(Les Coprins)"를 위한 방입니다.
유민 콜렉션 전체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밀 갈레는 낭시파의 대표 작가였죠.
이 램프는 사람의 유년, 장년, 노년을 세 송이 버섯에 빗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많은 작품들이 전시된 아르누보 전성기의 방에서 한 면을 홀로 독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 에밀 갈레의 "바다의 심연 화병". 이외에 돔 형제, 외젠 미셀 등의 다수 작품이 있습니다.



모든 전시실을 둘러본 뒤 지상층으로 올라오니 출구 앞에 마지막 램프의 방이 있네요.



이런 아르누보의 수공예품들은 대단히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그만큼 시간과 공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값이 비쌌습니다. 더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수록 가격과 생산성은 더욱 나빠졌죠.
그 결과 기하학적인 단순미를 추구하는 현대적인 산업디자인(모더니즘)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극소수를 위한 수집품이 되어 이렇게 미술관으로 들어오게 되었네요.



아르누보 전성기 시절에 만들어진 극도로 섬세한 공예품들이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 주자라
할 만한 사람이 설계한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참 재미있는 대비로군요.
저 뒤로 솟은 건물 또한 안도 다다오의 설계인데... 나머지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뮤지엄 산 -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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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섭지코지, 글라스하우스, 아고라 2021-11-17 14:30:32 #

    ... 유민미술관 - 안도 다다오와 에밀 갈레</a> 길 끝에 서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상자 건물이 역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 하우스입니다. 입구에 길게 벽을 세워 시선을 막는건 여전하군요. 입구를 지나 접근하면 좌우로 나뉜 노출 콘크리트의 구조물 위로 유리 건물이 얹힌 모양인데 두 벽과 천장으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 끝에서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바다가 좌우로 펼쳐집니다. 먼저 민트 스튜디오라는 오른쪽(남쪽 ... more

덧글

  • hansang 2021/11/12 21:54 # 답글

    와 정말 멋지네요... 저 버섯 램프는 <<갤러리 페이크>>에서도 등장하지 않았었나 싶은데, 여튼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제주도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해봐야겠네요.
  • glasmoon 2021/11/15 14:13 #

    "갤러리 페이크"를 본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 가능성은 높겠네요. 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전세계에 네 점이 존재한다나~
    건물로든 공예품으로든 한 번쯤 볼만 하니 꼭 한번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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