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작 알았다면 지난달 금산 다녀오면서 들렀을 것을, 뒤늦게 다시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전시가 내려가기 전에 '우리 손으로 여는 우주의 꿈 누리호'의 엔진을 직접 보고싶었거든요.

대전 엑스포 시절 이후 국립중앙과학관에 오는건 처음이지 싶으니 아마 30년도 더 됐겠네요.
93년의 그 엑스포라면 태어나서 한 장소에 사람이 그토록 많이 모인걸 본게 처음이라 놀랐고
그렇게 사람이 많다보니 제대로된 구경은 거의 못했으며 그나마 기억이 남아있는것 중 하나가
도시바관에서 본 어떤 로봇의 시연이었는데... 그 도시바도 몰락을 거듭하다가 남은 회사도
셋으로 분할한다는 뉴스를 최근에 보면서 복잡한 기분이 들고 그랬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이 전시는 누리호 발사를 앞둔 9월 중순 성공을 응원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건물 밖의 중앙 볼트에 전시되었으므로 별도의 관람료는 없습니다.

자료는 당연히 발사 전의 것이므로 시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실제 발사 부분은 없지요.
10월 발사와 함께 종료될 전시였으나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한 달 연장된 거거든요.

사실상 전시의 핵심이자 주인공인 누리호(KSLV-II)의 75톤급 액체 로켓 엔진! 캬~~
너를 보려고 내가 일요일 아침에 새벽같이 차를 몰고 달려달려 왔다구!

나로호(KSLV-I) 때는 아직 만들지 못해 러시아의 RD-151을 가져와 썼던 1단의 주엔진을
이번에는 독자적으로 만들어 성공적으로 작동했다는것이 가장 큰 성과가 됩니다.
이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개발하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생산 납품했으며
누리호 1단에는 네 기가 묶여(클러스터링), 2단에는 한 기 단독으로 장착되었습니다.

연료를 태워 노즐로 뿜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추진하는 로켓 엔진이라는게 원리만 보면
내연기관 엔진보다도 단순한 물건이지만 워낙 폭발의 위험이 크고 수없이 많은 관계 장치와
밸브들의 정밀한 통제와 조작을 요구하는지라 개발 난이도가 높죠.

로켓 엔진은 노즐로 분출되는 가스의 압력이 당연히 연소실 안쪽으로도 밀려들어오므로
연료도 강한 압력으로 분사해줘야 하는데 그를 위해 엔진 옆에 별도의 연료 펌프와 터빈이
커다랗게 붙어있습니다. 작동 영상을 보면 노즐과 별개로 여기에서 시커먼 가스를 뿜어내죠.
현재의 엔진은 이렇게 밖으로 노출된 개방형이지만 차후에는 이 가스마저도 연소실로 돌려
추력에 재활용하는 폐쇄형(88톤급으로 출력 향상)으로 개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연소 시험 영상 보시겠습니다. 전시된 엔진은 연소 시험에 사용된것 중 6호기입니다.

왕년 모스크바 우주박물관에서 실용 로켓 엔진의 실물을 처음 보며 뻑 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많이 늦었지만 그 못지않게 크고 아름다운 엔진을 우리나라가 만들어 쏘아올리다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국뽕이 끓어오르는걸 참을 수가 없습니닷!!

과학관 뒤뜰에는 우리나라가 만들었던 과거의 로켓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먼저 초창기에
쏘아올렸던 과학관측로켓 KSR 시리즈. 왼쪽 I과 II는 고체, 오른쪽의 III가 액체 엔진이었죠.

그리고 10여년 전 발사되었던 누리호의 전신, 한국형우주발사체 KSLV-I 나로호.
그 무렵 바이크로 전국 일주 하면서 이거 보겠다고 빙빙 돌아 나로도까지 들어간 기억이~

그 당시 역시나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나로 1호는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었죠.
절치부심의 각오였는지 그 페어링 부분을 따로 전시하고 있네요. ^^

온 김에 전시실도 몇 곳 둘러보았습니다. 어릴적 국립과학관(현 서울어린이과학관)이 근처에
있어 이따금 가보는걸 좋아했더랬는데 요즘 아이들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발사 즈음하여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전시되었던 엔진을 보지 못한게
마음에 걸리다 대전에 17일까지 전시된다는걸 뒤늦게 알고 달려간 국립중앙과학관이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위성체도 궤도에 진입시키고 저기 나로호 옆에 누리호도 세워지게 되겠죠? 크아~
그때는 전봇대마냥 껍데기만 세워두지 말고 모형이라도 엔진 비슷하게 만들어서 붙여주길!
이왕 이렇게 된거 항우연에서 최근 올라온 발사 후기 영상 종합편(?)도 링크합니다.
아 이런 국뽕은 좀 맞아도 된다구욧!
가라 누리호! 쓰라린 기억들과 함께!!
덧글
보나마나 현장에는 어려운 환경에도 사명감에 몸 갈아넣는 분들 많으실텐데 꼭 인력도 여건도 보완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