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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 내 방 창 너머 by glasmoon



이제 2021년의 가을은 끝났지만 저에게 남겨진 가을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을날의 대전 나들이, 이응노 미술관입니다.



이응노 미술관에 왔던게 실은 지난 봄의 5월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온 터라
기록할만한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가 뒤늦게 후회하면서 결국 가을에 다시 오게 되었죠.
건물 바깥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죠? 건물 이야기는 좀 뒤에 다시~



이응노 미술관은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건너편의 한밭 수목원 아래에 대전시립미술관과 함께
나란히 있습니다. 지난주 누리호 엔진 구경하러 인근 국립중앙과학관에 갔다가 냅다 찾아갔죠.

국립중앙과학관 - 우리 손으로 여는 우주의 꿈



현재 미술관에서는 박인경 화백의 작품들이 "내 방 창 너머"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박인경... 화가 이름 몇 모르지만 분명히 들어본 이름인데 했더니 이응노 화백의 부인이었던;;



고암 이응노 화백은 동양화(수묵화)로 시작했으나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서양화를 접목하고
다시 프랑스로 건너간 뒤로는 추상으로 넘어가면서 독자적인 세계와 화풍을 이룬 화가입니다.
그러나 납북된 아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동베를린에 갔다가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고
백건우 윤정희 부부 납치사건에 둘째 부인 박인경이 개입되어 빨갱이로 완전히 낙인찍히면서
한동안 국내에서 언급할 수 없는 이름이었죠. 80년대 말이 되어 분위기가 점차 나아진 뒤로
호암미술관에서 기획한 초대전을 준비하던 중 심장마비로 급사하였습니다.



정황상 납치사건의 전말을 이응노 화백은 몰랐더라도 그의 처 박인경이 어느정도 개입한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텐데... 아직 살아 작품을 그리며 국내 전시까지 하는 줄은 몰랐네요.
결혼하기 전부터 박인경 본인이 이응노 화백의 제자이기도 했으므로 동양화의 전통과 서양
현대미술을 접목한다는 방향성은 같으며 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최근에 만들어진 것들이어서인지 -제가 뭘 알겠냐마는- 화풍이 매우 현대적이네요.
이제 95세라고 들었는데 북한 연루설과 별개로 작품을 대하는 창작욕과 활동력은 대단하신 듯.



전시의 후반부에는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 중 관련이 짐작되는 것들이 엄선되어 걸렸습니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담아낸 소품이라면 소품이지만 문외한의 눈에도 평범해보이진 않는데요.



사실 저는 박인경 화백의 그림보다는 이응노 화백의 그림을 더 보고싶어 다시 찾아온 것인데..
지난 봄에 왔을 때는 "이응노의 문자추상 문자 문양 패턴" 전시를 보았더랬습니다.



홍익대학교나 다른 곳에서 얼핏 만날 때마다 저게 뭐라고 쓴거야?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명실공히 이응노를 대표하는 문자 추상 작품들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던데다



그의 후기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광주 민주화운동으로부터 촉발된 군상 시리즈라던가
의미를 담지 않는 일반적인 문자 추상과 달리 명백한 글자로 쓰인 "염원평화적조국통일" 등의
작품을 보면서 대단한 감동을 받았거든요. 이런 작품들은 상설 전시를 해도 좋을텐데~



그때는 성당도 볼 겸 성심당 빵도 먹을 겸 대전에 왔다가 수목원 가는 길에 들렀던 것이었는데
내가 국내의 이런 작가도 알지 못하면서 해외 미술관들을 찾아다녔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들어
국내 미술관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더랬습니다. 최근엔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이 참 좋았는데요.



참 이 미술관 건물은 프랑스의 건축가 로랑 보두앵(Laurent Beaudouin)이 설계한 것으로
고암의 문자 추상 작품들, 특히 "수(壽)"를 건축적으로 상징화하여 해석하였다고 합니다.



음, 문자가 아닌 조형으로 보면 과연 나열된 얇은 판들과 그걸 관통하는 축이 보이긴 하네요?



작품의 모양에서 보듯 건물 바깥의 외부 공간이 건물 사이사이 안쪽으로 침투하여 자연스럽게
관람의 동선을 만드는 재미있는 건물입니다.



이렇게 한 켠에 있는 대숲도 운치있고



뒤편으로는 아예 작은 습지가 있기도 하구요.
이 이응노 미술관은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네요.

작가로나 작품으로나 건물로나, 제가 아직 국내의 미술관들을 몇 돌아보지 못했지만
국내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 중에서는 박수근 미술관과 더불어 매우 흡족한 곳이었습니다.
대전에 가시거든 성심상에서 맛있게 빵 드신 뒤 소화시킬 겸 한밭 수목원에서 산책도 한 뒤
나오는 길에 이 미술관도 둘러보면 어떨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 한가한 봄 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업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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