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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31 대전 원신흥동성당 by glasmoon



누리호 엔진 보러 국립과학관 가는 김에 주변을 둘러보는 예정 없던 대전 나들이,
이응노 미술관에 이은 마지막 순서는 역시나 성당 아니겠어요? 이번엔 원신흥동 성당입니다.



아시다시피 명동 성당 이후 우리나라 초창기의 성당들은 고딕 양식에 붉은 벽돌 일색이었죠.
모던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흰색 콘크리트 건물에 붉은 벽돌이 포인트로 들어가는게 많았는데
요즘은 (노출 콘크리트가 아니라면) 미색 계열 패널 마감을 쓰는게 유행(?)인가 싶습니다.



서울 촌놈인 제가 대전에 가봐야 구도심(대흥동) 주변이거나 관공서들(둔산동) 들리거나
하는 정도이므로 뭘 알겠냐마는 갑천 너머 원신흥동 일대는 근래까지도 논밭 그대로이다가
최근 도안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일신되었다네요. 그래서 크고 넓은 반듯한 거리에 카페 많은
전형적인 신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2011년 설정된 원신흥동 본당은 많은 분들의 노력과 시간으로 준비한 끝에
2018년 성전을 봉헌하였습니다. 신도시답게 딱 맞춘 직사각형 부지여서 딱 직육면체형 건물이
올라가기 십상이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더해진 몇 가지 장치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벽 곳곳에 만들어진 크기가 모두 다른 색유리창 주변을 안으로 깎아내고 색을 달리한 거겠죠.
이런 경사 처리는 창으로 들어가는 빛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성상 뒤의 가장 큰
이 색유리창에는 살짝 의문이 남는데... 뒤에 성전 내부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아무튼 이 디테일이 건물의 핵심 요소여서 종탑같은 경우는 이렇게 뻥 뚫려 관통하고 있습니다.



왼편의 주건물과 오른편의 부속건물(종탑) 사이에는 이렇게 폭이 다른 벽체와 기둥들이 세워져



그 뒤로 사다리꼴의 광장이 조성되었습니다.



벽을 등지고 광장을 감싸는 성모자상 앞에 마련된 벤치가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광장의 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계단과 그 위로 좌우 두 건물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알파와 오메가, 예수 그리스도(XP)의 표지와 함께 건물에 또 하나의 얼굴을 만드네요.
구름다리 아래의 벽은 광장 반대편의 벽체와 함께 하나의 경계를 이루는 한편 사이사이가 틔여
바깥과 막힘 없이 연결되는 열린 공간을 형성합니다.



본래대로라면 그 계단 위 왼쪽이 대성전의 주된 입구였겠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통제되므로
지금은 건물 내부의 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성 김대건의 상과 함께 장식된 많은 색유리화들.



외부 형태에서 짐작하듯 성전 내부 또한 직육면체 형태이나 천장은 물론 좌우의 벽까지 모두
목재 격자로 둘러침으로써 모던한 분위기와 내부 인테리어를 전부 해결하고 있습니다.



벽 아래로는 이렇게 바닥 높이에 맞춰진 색유리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구요.
창 사이 기둥에 걸린 조수선 작가가 제작한 십사처도 훌륭한데 사진이 어두워 잘 안보이네요;



끝까지 풀 수 없었던 의문은 맨 처음 건물 밖에서 대형 성상과 함께 보았던 색유리창이 위치상
제대 뒤 벽면의 우측 상단일텐데, 뚫려있거나 한 부분이 전혀 없어 의미를 상실한 점입니다.
건축 도중에 어떤 이유로 내부 인테리어가 바뀐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막은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의도는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일단 벽면 위쪽과 좌우 방향에서 들어오는 빛도
다른 색유리창을 통한 것이나 아주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한 창 자체를 볼 수 없게 되어있으므로
일단은 후자 쪽이 아닌가 싶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성전을 나오면서 계단 위에서의 시점이 궁금해 일부러 올라가 내려다 보았습니다.
이렇게 광장 좌우로 양 팔이 뻗은 것 같은 느낌(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도 살짝 드는군요.



주차장이 연결된 건물 후면은 상대적으로 심심해질 수밖에 없음에도 안에서 보았던 여러
색유리화를 비롯하여 위치와 크기가 제각기 다른 여러 창문들이 색다름을 주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니 직각의 선들과 격자들이 얽힌게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 같달까나~ ^^
말미에서야 소개하게 된, 오즈앤엔즈 건축사사무소의 최혜진 씨가 설계한 원신흥동 성당은
제9회 대전건축문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찾아가던 날 미사가 예상보다 약간 길어지는 바람에 오랜 냉담자가 본의아니게 원신흥동 본당
이진욱 주임 신부님의 말씀을 잠시 듣게 되었는데, 차분하면서도 나긋하게 참 잘 하시더라구요.
소싯적 복사하던 제 친구도 뒤늦게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 서품을 받아 참 자랑스러웠습니다만
일선 본당에 나오시면 좋을걸 명동대성당이나 교구청같은 바쁜 곳에만 계셔 뵙기가 힘들..ㅠㅠ


성당 여행 #116 대전 궁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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