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첫 주말, 어찌어찌 시간이 맞아 벼르고 벼르던 공주행을 감행하였습니다~!

먼저 제1 목표는 국립공주박물관! 아침 기온이 쌀쌀하다보니 오전에는 실내가 낫겠기에~

역사에 남을 무령왕릉 (졸속) 발굴 50주년을 맞아 지난 가을부터 특별 전시를 하고 있거든요.
당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모든 유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

왕의 부장품보다 왕비의 부장품이 더 화려한 몇 안되는 예 중 하나인 배게와 발 받침.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시간 내보이기 어려워 그동안 복제품으로 전시되곤 했었죠.

알고 온 것은 아닌데, 박물관 옆에 충청권역 수장고가 지난주 개관되었습니다.

수장고는 말 그대로 보관 창고이므로 뭐 볼게 있겠어 했구만 대부분의 벽을 투명하게 만들고
분류 배치에 신경쓴 결과 수많은 유물들이 어떻게 보관되고 연구되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머리는 과식을 했으나 배는 쫄쫄 굶었으므로 일단 늦은 아침인지 이른 점심인지를 먹구요.

소화를 시킬겸 공주의 명소 공산성에 오릅니다.

성벽을 따라 한 바퀴 쭉 도는건 좋은데, 안팎으로 경사가 심해 추락사고 안일어나나 몰라요?

높은 정자에서 금강을 낀 산성의 세를 보자니 고구려에 밀려 한성을 포기하고 멀리 내려와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웅진 백제의 절박함이 조금은 느껴지려나?

왕성 터에는 한참 후대에 세워진 정자만이 있구요.

공산성의 서쪽 맞은편의 나지막한 언덕은 천주교 황새바위 성지입니다.

언덕 전체가 성역화되어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크더라구요. 역시 따로 포스팅을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공주의 알파이자 오메가,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둘러봅니다.

이제는 무령왕릉을 포함한 고분들의 내부를 직접 들어가거나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꽤 신경써 만들어진 모형으로나마 그 크기와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죠.

어려서부터 신라(경주)는 뻔질나게 가도 백제(공주)를 제대로 볼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이번에 오래된 버킷 리스트 하나 해결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은 지인께서 추천해준 '최고집'이라는 숙성 돼지구이 집으로 고고~
근데 숙성을 어떻게 한건지 정말 맛이 좋더라구요. 근래 먹은 돼지고기 중 최고가 아닐런지.
다만 공주 특산? 밤 막걸리는 너무 달아서 그닥;;

이튿날 올라오기 전에 공주 구 시가지를 한 바퀴 둘러봅니다. 여기저기 정비가 잘 되어있던데,
그래서 입소문 좀 타면 많이들 올만 하겠던데 코로나 시국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제민천을 끼고 남쪽으로 걷다보니 시화들이 그려진 나태주 골목길이 나타납니다.

이 '풀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그 분이죠. 충남 서천 출생으로 공주에서 오래 활동하셨습니다.

골목을 돌다보니 한쪽에 기와무지가 있네요. 이건 뭘까 하고 주위를 찾아보니...

이 일대에 대통사라는 백제의 큰 사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호~

한 블록 아래에 사찰 입구에 서있었을 당간지주가 남아있다 하므로 바로 직행했죠.
일대가 공원화 되어있네요.

이제 남아있는 것은 몇 안되는 흔적과 깨진 기와들, 그리고 이 당간지주 뿐이지만
우리나라에 세워진 불교 사찰 중 그 위치가 파악된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오는 길에 낯익은 건물과 낯익은 계단이 보입니다.

공주 중동성당이죠. 성당여행 초창기에 왔으니 그게 아마 2016년인가.. 벌써 5년 전이네요.
성당 여행 #015 공주 중동성당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공주가 낳은 세계적인 스타, 박찬호 기념관도 들렀습니다.

월요일 휴관이어서 기념관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뭐 박찬호의 활약상이야 누구나 알고있죠.
그의 등판일이면 새벽에도 떠들썩했던 기억이 새삼.

늦은 아침 겸 올라가면서 먹으려고 공주 알밤빵에서 빵을 샀는데... 이게 아주 예술이네요.

전날 먹었던 밤마을의 밤파이는 속이 너무 많고 달기까지 해서 제 입에 맞지 않았건만
여기의 빵들은 적당히 담백하니 딱 좋았습니다. 물론 가격(무게)도 아주 저렴하구요.
일행이 순식간에 먹어치우는걸 보니 조만간 공주 또 가자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벼르던 공주를 돌아봤으니 다음은 당연히(?) 익산과 부여 차례죠. 근데 거긴 또 언제 가지??
덧글
무겁고 달달한거 좋아하면 밤마을, 가볍고 담백한거 좋아하면 알밤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