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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33 공주 황새바위성지 by glasmoon



국립공주박물관과 무령왕릉에 이은 공주 여행 리포트의 마지막 순서, 황새바위성지입니다.



공주 공산성의 서쪽 맞은편, 제민천을 낀 언덕 위를 예전에 황새가 많이 살아서 황새바위,
또는 항쇄(項鎖: 형틀, 칼)를 쓴 죄수들이 많이 처형되었다 하여 항쇄바위라고도 합니다.
과거 '내포의 사도'로 알려진 이존창 루도비코를 비롯하여 과거 영호남과 충청 지역에서 잡혀
공주 감영으로 온 교인들이 이곳에서 많이 순교하였으나 1970년대까지 잊혀져 있다가 80년대
성역화 사업이 시작되어 현재 충청남도 기념물이면서 공주의 사적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포털의 맵서비스나 내비게이션에서 검색하면 공주중학교 오른쪽 아래의 코너를 가리키지만
실제로는 공주여자중학교와 왕릉로 사이의 녹지 전체를 영역으로 하는 상당히 큰 성지입니다.
지금은 하나의 언덕 전체가 성역화되다시피했는데, 시기에 따라 점차 확장된 것이겠죠?



입구의 예수성심상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성당이 있고 왼쪽으로 성지에 들어가게 됩니다.



성지에서 가장 낮은 터에 세워진 성지 성당.
2002년에 경당으로 세워졌다가 2009년 보수를 거쳐 성당으로 거듭나게 되었죠.



일반적인 강당 형태의 성당이지만 천장이 둥글면서도 낮고 길이는 매우 긴 편이네요.
마침 사진 전시를 하는지 성지 주변의 사진들이 왼쪽 벽면을 따라 주욱 걸려있었습니다.



낮은 천장이 제대 부근에서 높아지면서 둥근 홀이 만들어지네요. 성지를 관통하는 무덤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때마침 둥근 색유리창으로는 저녁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성당을 나와 우선 바깥쪽 길부터 돌다보니 십자가의 길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네요.



돌다보니 성모동산도 만나구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중앙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 석문을 지나면...



1985년 성지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자 성지의 중심인 순교자 광장이 나타납니다.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역광을 피해 반대편에서 찍었습니다. ^^;



먼저 왼쪽, 두 개의 칼이 맞닿아 있는 모양을 가진 순교탑입니다.
나를 버리고 하늘로 나아가는, 매우 가파른 41단의 계단은 그대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네요.



순교탑 맞은편에는 열두 개의 빛 돌이 서있습니다.
성지를 조성하던 당시 어떤 신자가 기증한 화강암을 그대로 세워 12사도를 상징하게 되었죠.



순교탑과 빛 돌 뒤에 앉은 작은 건물은 무덤 경당입니다. 어려운 여건과 부족한 예산 속에서
작게 만들어진 이 경당은 오히려 미니멀리즘의 상징이 되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죠.
그러나 예산 문제로 콘크리트에 붙인 판석이 떨어져나가고 비가 새어 수시로 수리를 해오다
2012년 설계자 김원 씨에 의해 27년만에 원래 의도대로 통돌을 쌓아 새로 세워졌습니다.
경당 앞 오른쪽에 놓인 것은 최종태 작가의 통고의 성모자상. 그림자에 들어 잘 안보이네요;



김원 건축가가 만든 건축물 중 가장 작다는, 집은 커녕 작은 방 하나 크기의 경당이지만
들어갔을 때의 느낌은 여느 성당 못지않은, 아니 작아서 더 가깝고 충실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작은 공간 모퉁이를 통해 계단으로 이어진 지하에는 예수의 무덤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석관 주위 벽에는 건물 완공 당시까지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 248위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그 날의 신앙을 증거합니다.



무덤 경당과 순교탑을 중심으로 하는 황새바위성지 순교자 광장은 그 미니멀한 아름다움으로
건축계에 알려졌고, 이듬해인 1986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 황새바위의 순교 역사를 부조로 표현한 축복하시는 예수님 성상이 왼편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이 아니고, 이 위로 언덕 정상부에 부활 광장이 새로 만들어졌지요.



광장 입구에는 6 미터가 넘는 대형 십자가와 짝을 이룬 성상이 손을 내밀어 부활을 상징합니다.
바로 위에 보았던 축복하시는 예수님 성상과 함께 김경란 조각가의 작품.



그 옆으로 부활 경당도 세워졌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시복된
이국승 바오로와 김원중 스테파노 두 분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위의 다른 성상들과 함께
올 10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 미사에서 축복 봉헌되었죠.
이 소식은 모르고 있었는데 요즘 다니는 곳마다 타이밍 운이 이상하게 좋네요?



부활 경당도 무덤 경당 못지않게 특이하니, 가로 세로 9 미터가 채안되는 작은 공간의 벽면을
가득 매운 백자 도자기 평판 벽화를 보는 순간 나즈막한 탄성이 새어나오더라구요.



벽과 바닥을 통틀어 약 3천7백여 장에 달하는 이 도자 평판은 서양화가 조부수 씨와 그 부인
황형선 씨의 작품입니다. 조부수 작가는 2016년 11월 제작한 이 작품을 유작으로 남기고
2017년 3일 선종하셨습니다. 고인의 안식을 빕니다.



십자가와 경당 뒤로 펼쳐진 언덕의 정상부, 부활 광장입니다.



순교자 광장에서 보았던 예수의 석관과 빛의 돌이 다시 불려나와 다르게 조합된 것만 같군요.
야외 제대가 되는 바위 둘레를 열 두개의 돌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돌들 뒤에는 또한 빼곡한 이름들이... 1985년 무덤 경당의 248위에 부활 광장이
만들어진 2012년까지 추가로 밝혀진 이름을 더해 전부 337위가 되었습니다.



굵직한 순교 성지는 대부분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도 19세기 박해의 역사는 끝이 없네요.
그저 공주에 온 김에 들렀다 말하기엔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역사적인 의미로나 건축과 미술의 아름다움으로나 한 번쯤 찾아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공주의 성지라면 이곳 황새바위 성지에서 서쪽으로 20 킬로미터쯤 떨어진 청양으로 넘어가는
산기슭에 수리치골 성지가 또 있죠. 2021년도 이제 거의 지나갔으니 거긴 아마도 내년에~?


성당 여행 #015 공주 중동성당
<국립공주박물관 - 무령왕릉 발굴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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