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런 분위기인건지 그저 타이밍이 그랬을 뿐인지 코로나 때문에 밀리다보니 그랬는지
어쨌거나 이번 달에만 할리우드 전성기의 굵직한 이름의 속편이 셋이나 나오게 되었네?
하나는 딱히 팬이 아니어서, 하나는 비슷한 것들에 학을 떼서, 하나는 처음부터 기대가 없어서
셋 다 구태여 극장에서 보고싶은 영화는 아니었구만... 언제나처럼 결국 보긴 다 봤다는거.
가급적 자제하긴 했지만 어쩔수 없는 부분은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건 감안하라구.

개봉 순서대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afterlife에서 rise로 바뀐 부제때문에 시작부터 감점!
구도의 전복? 변화?를 시도했다가 대차게 망한 폴 페이그의 2016년판은 족보에서 파버리고
원전을 만든 아이반 라이트먼의 아들 제이슨 라이트먼 아래 순혈주의 우선으로 헤쳐모여~
가만 해럴드 레이미스(이곤 스팽글러)는 이제 죽었잖아? 그럼 그 후손을 주인공으로 하지 뭐.
...라는 아이디어는 좋네. 굳이 안경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남매 모두 적당히 닮은것도 같고.
그래서 애들이 귀여운건 좋은데, 1편을 본 입장에서도 극의 진행이 너무 루즈한거 아니니?
왕년의 캐릭터, 왕년의 장비들이 나올 때마다 한 번씩 씨익 웃긴 하지만 안본 사람은 뭥미?
클라이막스로 치달아도 별 눈요깃거리는 없고 마지막의 짜잔~ 은 너무 늙어서 짠하다 정말.
우리는 왕년의 전설을 딱 이런 식으로 재탕한 전례를 잘 알고있지. "깨어난 포스"라고.
다음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MCU의 스파이더맨은 아이어맨의 사이드킥이잖아?
그가 든든한 뒷배를 해주거나(홈커밍) 죽은 뒤에도 유산으로 받쳐주거나(파프롬홈) 하는데
이게 어딜봐서 독자 시리즈야? 게다가 물심 양면으로 이렇게나 풍족한 스파이더맨이라니~
...라고 생각하는 꼰대들 중에 나도 있다는걸 부인하지 않겠어. 딱히 틀렸다 생각하지도 않고.
이제 더이상 아이언맨에게 기댈 수 없으니 쪼르르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달려가는걸 보라구.
극은 예고편에서 공개된대로 멀티버스의 가능성을 구체화하며 샘 레이미, 마크 웨브 시절의
요소들을 불러오는데 와 이젠 빌런도 빌려오냐? 하긴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를 보라구
요즘 MCU의 빌런들은 (일부 예외도 있지만) 폼과 허세만 요란하지 약해 빠졌다니까 쯔쯔~
하고 혀를 차고 있는데 뒤로 가면서 의외로 마무리를 잘 하네? 게다가 왕년에 끝이 아름답지
못했던 선배 시리즈들의 상처를 후일담 격으로 보듬어 주는데선 하아, 그래 내가 졌다.
독자 시리즈를 세 편이나 투입해서 겨우 캐릭터가 만들어졌다는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지만.
마지막으로 "매트릭스 리저렉션". resurrection을 어디서 '리'저렉션이라 읽냐? 너도 감점!
형제에서 남매를 거쳐 자매가 되어버린 그 두 사람이 삼부작 이후 줄곧 내리막길만 걷다가
마지막 카드로 매트릭스를 꺼내들었다는게 학계의 정설이지만 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다는 거.
의외로 작중 인물들의 입을 빌어 기존 삼부작의 의미나 해석 한계 등등을 스스로 말하고 있는
초반부는 흥미로워. 그렇다고 '그건 다 뻥(꿈)이었습니다~' 하는 막장 전개도 아니고 말이지.
그러다 여차저차한 과정을 차례로 거치면서 우리가 아는 그 매트릭스가 다시 시작되는데...
와 정말 20년 세월이 야속하구나. 그때는 세상 쿨하던 그 액션들이 이젠 박물관의 골동품이야.
게다가 늙은 존 윅.. 아니 네오가 주름 자글한 트리니티 손잡고 힘겹게 뛰어다니는 광경이라니.
그리고 오 마이 갓~ 형제는 자매가 되면서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눈을 뜨고 말았던 것이더냐!!
이미 삼부작으로 완결이 난 이야기를 구태여 다시 불러왔어야 했냐는 가장 중대한 문제에 대해
구~지 핑계를 대자면 구 삼부작도 1편으로 촉발된 변화가 2편 3편으로 이어지며 해결되었으니
3편에서 중대한 전환(혁명)이 이루어졌어도 인간과 기계들의 사회가 바로 바뀌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그런걸 이해해줄만큼 영화가 재미있지도,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으니 어쩐담.
그리하여 이번에 대결을 벌인 셋 중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그냥 더도덜도아닌 추억팔이,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고된 삶을 끝내고 잠든 고인을 굳이 무덤에서 끄집어내 구경시킨 걸로.
마블도 한물 갔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래도 셋 중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이
티켓 값을 한걸 보면 전세계에 이쪽으로 난다긴다 비싸다는 사람들이 죄다 모인 할리우드라도
이만한 영화 만들기가 어렵기는 ㅈㄴ 어려운갑다.
덧글
(이후 진행된 페이즈 4 작품들도 좀 그랬기도 하구요)
노 웨이 홈 덕분에(때문에?) 닥스 2와 그 이후를 기대하게 되어버리는 제가 조금은 싫어졌습니ㄷ...(쿨럭)
3편이나 지날동안에도 별로 어른이 된 거 같지 않아서 3인방에게는 영 정이 안 가네요. 이 시리즈에서 건진거라면 벌쳐?
매트릭스는 우려했던 것 보다는 낫네 싶은 수준. 따 놓은 점수 다 까먹을까 걱정했는데 조금만 잃는 선에서 마무리 한 듯.
팬들의 해석에 끼어들어 한 마디 하고 싶어하는 원작자의 느낌이 ㅋㅋ
매트릭스는 당시에도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요즘 하는꼴 보면 그게 맞았던 건지도..--
공식적으로 4편은 컨펌됐고, 제작제 에이미 파스칼 언급대로 신규 트릴로지 더 제작한다고 해서... 총 6부작이 될지말지는 지켜봐야 할거 같네요.
아, 그리고 MCU스파이더맨의 오리진을 다루는 디즈니플러스 애니메이션 '프레시맨 이어' 도 제작 확정되었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마블도 기존의 원탑 인기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더 밀어주려나봐요. 소니도 원래 샘레이미 시리즈나 마크웹 어메이징 시리즈 모두 장기 기획했다가 말아먹은 전적이 있어서, 이번 만큼은 오래가길 원하기도 하는거 같고요.
기원을 묘사할 예정인 스핀오프 오리진 애니도 확정된건 한편(프레시맨 이어)이지만, 루머로는 두편 더해서 실사영화 3개 더, 외전애니도 오리진 포함 3개 해서 초장기 시리즈를 만들려하는걸지도요...
이제 남은건 톰홀랜드가 배역을 계속할지의 의지 여부만 남아있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