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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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박물관과 G340 by glasmoon



국립부여박물관에서 귀중한 금동대향로와 복원된 사면불상을 본 뒤 옆의 정림사지로 갑니다.



정림사'지'에서 드러나듯 이제 사찰은 없고 탁 트인 공터에 원래 절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석탑과 전각, 그리고 다시 파여진 연못이 눈에 들어오는게 미륵사지의 축소판이랄까요?
물론 정림사의 창건 연도는 미상이지만 시대 관계강 미륵사보다 먼저 세워진게 맞습니다. ^^



정림사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부여)의 한복판에 있어 한 나라의 중심 사찰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쪽 왕궁(관북리 유적)과 남쪽 연못(궁남지)의 딱 중간에 있죠.



한 나라 불교의 중핵이라는 지위는 백제 멸망과 함께 잃었지만 통일 신라를 지나 역시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 초까지는 사찰이 있었던 걸로 보이나 이후 전각이 소실되고 폐사되면서
근대 이후 남은 것은 석탑과 석불 뿐입니다. 목탑 양식을 모방한 백제 특유의 이 오층 석탑은
미륵사지 석탑과 더불어 현존하는 유이한 백제 건축물이 되는데,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보았던
오층 석탑과 매우 닮았죠? 왕궁리 석탑은 건립 연대가 명확하지 않아 여기서 제외되어 있지만
양식상 백제의 건축물이 맞던가, 아니면 백제 멸망 후에 세웠졌더라도 시간상 큰 차이 없이
백제의 기술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림사지 오층 석탑은 또다른 이유 하나로 더욱 유명한데, 서기 660년 백제 멸망 당시 당군을
지휘했던 장수 소정방이 이 오층 석탑의 1층 네 면에 전승기공문을 새겼기 때문입니다.
문장의 정확한 제목은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 으로 백제 멸망 뒤 당군이 오래
머무르지 않았기에 따로 비석을 세우지 않고 탑에 새겨 오래도록 '평제탑'으로 불릴 정도였죠.
그마저도 천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르며 자세히 보아야 흔적을 분간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 탑 위의 전각으로 가볼까요. 건물 안에는 정림사지에서 오층 석탑과 함께 유이하게 남은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백제인이 만든 것은 아니고 고려 시대에 사찰이 재건되면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시피 극심하게 훼손되어 본래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이지만 둥글고 좁은 어깨와 머리에 관을 얹은 모습이 제주도의 돌하르방을 닮은 듯도~



한쪽 옆에는 정림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보관한 정림사지 박물관이 2006년 세워졌습니다.
위에서 보았을때 범어 만(卍)자 모양이 되는 이 단층 건물은 구성과 형식에서 일본 건축물의
향기가 살짝 나는데 우리가 익숙한 조선 건축이 아닌 백제 건축에서 따오려다보니 역시 백제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건축물과 유사한 부분이 생기지 않았나 싶네요.



박물관 안에는 아마 원래 이러했을 것이다~ 라는 정림사의 추정 복원 모형과 함께...



오층 석탑 모형이라던가, 사지에서 발굴된 여러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외에 다양한 조명을 활용한다던가 동영상이나 인터렉티브를 활용한 컨텐츠라던가...



하여간 참 예쁘장하게 포장된 모습들이긴 한데 정작 보고나와도 기억나는게 별로 없습니다.
국보급 유물로 가득한 국립박물관 세 곳을 본 뒤라 이런 자잘한(?) 것들은 눈에 안차는지. -,.-



쪼금 헛헛한 기분과 함께 이렇게 정림사지도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계획상으론 부여에 왔으니 당연히 부소산성과 낙화암, 왕릉원과 궁남지 등을 돌아봐야 하나
거듭 강조하는대로 지난 겨울 가장 추웠던 날이었기에 야외 일정은 무리여서 모두 취소! ㅠㅠ



대신 몸을 녹이러 카페 G340을 찾았습니다.



카페 G340은 국립부여박물관과 정림사지박물관 사이의 딱 가운데 즈음에 있습니다.
독특한 이름은 '계백로 340' 이라는 주소에서 땄다고 하죠.



창고같은 건물을 대숲이 둘러싸고 있질않나 건물 앞에는 석탑이 서있질않나 범상치 않네요?



내부는 더욱 놀랍습니다. 아니 이게 다 뭐다냐~



앤티크한 골동품급 가구와 샹들리에부터 재활용품인가 싶은 책걸상에 키치적인 장식품들,
그리고 그 사이 걸린 회화 작품들까지 정말 제각각이다 싶은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있어요.



그 와중에 한쪽 벽 위에는 항아리가 가득 올려져있고 그 앞의 테이블은 재봉틀의 그것이고,
정말 이 큰 공간을 가득 채운 양도 양이지만 이걸 조화롭게 배치한 안목이 범상치 않죠?



아직 이른 시간이라 다른 손님이 없어 여쭤보았더니 주인 부부가 모두 예술 작가라시네요.



전시된 요소들 중 일부는 부부가 직접 만든 것. 방문자에게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장작을 때는 벽난로에서 군고구마를 구워 팔기도 했었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는 바람에
지금은 하지 않으신다네요. 뭐 벽난로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 최고조!



주인분을 좀더 귀찮게 하고 얻은 단서를 토대로 차를 마시는 사이 검색도 해보고 했더니
원래 이 카페를 연 분은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였다고 합니다.
알려진 수집가이기도 해서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구와 예술품들을 모아두었다가
점찍어두었던 부여의 옛 미곡창고를 사들여 갤러리 겸 카페로 만든게 이 G340이라고 하네요.



가장 눈길을 오래 끌었던 대형 회화 두 작품은 중국의 듀오 작가 '탐원'의 작품이라고.



몇몇 사진을 보고, 또 두 박물관 사이에 있는 위치를 보고 괜찮겠다 판단해서 오긴 했어도
이럴 수준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요. 요즘 갤러리 콘셉트의 카페가 많이 생겼다지만
제가 가본 곳 중에서도 정말 한 손 안에 꼽을만한 카페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 그래서 수집품 대부분을 그대로 품은 이곳을 김영석 씨가 모두 함께 매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아는 분께 작업실 겸 관리 겸 위탁한 것인지는 실례가 될까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대단히 특이하고 진귀한 공간이므로 부여에 가실때 찾아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참2, 카페는 주인 부부의 작업 관계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영업한다는걸 기억하시구요~

조금 쉬고 서울로 일찍 돌아갈 참이었으나 뜻하지 않은 공간에서 뜻하지 않게 재충전한 결과
마지막 한 곳을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국립부여박물관 - 백제인, 돌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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