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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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구교회와 신교회 by glasmoon


덴하흐(헤이그), 델프트, 암스테르담과 같은 네덜란드의 옛 도시들을 둘러보다보면
구교회(Oude Kerk, 오우더 케르크)나 신교회(Nieuwe Kerk, 니버 케르크)가 왕왕 보입니다.
얼핏 구교(천주교)회와 신교(개신교)회가 아닌가 싶지만 그게 맞기도 하고 또 틀리기도 하죠.



흔히 네덜란드 구교회라고 하면 십중팔구 암스테르담의 이 교회 건물을 가리키는 것일테죠.
크고작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것 같지만 이 전체가 하나의 건물입니다.



1213년 건축되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건물의 옛 이름은 도시의
수호 성인을 모신 성 니콜라스 대성당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천주교 성당이었구요.
처음에는 목조 건물이었으나 백여 년에 걸쳐 계속 보완 대체된 끝에 석조 건물로 탈바꿈했죠.
그 뒤로도 15세기 중반까지 크고작은 부분들이 덧붙여져 지금의 복잡한 건물이 되었습니다.



여러 요소들이 뒤엉켜 양식을 특정하기 어려운 외관과 달리 내부는 대체로 고딕을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 치고는 다소 을씨년스럽다고 느끼셨다면 바로 보신게 맞습니다.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578년 암스테르담의 종교개혁이 이루어진 뒤 칼뱅파 개신교에 의해
대대적인 훼손과 약탈이 자행되면서 장식되어있던 성화와 성상들이 모두 뜯겨나갔거든요.



혼란기에는 행상인들의 좌판이자 노숙인들의 피난처였고 도시의 기록물 보관소이기도 했으나
결국 칼뱅파 개신교 역시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으므로 천상 교회로 남았습니다.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은 미처 손이 닿지 않았던 천장이나 석조 기둥의 일부에 약간 남아있죠.
1390년경 에스토니아산 참나무로 만들어져 목재로는 유럽 최대라는 천장의 궁륭(vault) 덕분에
공간을 울리는 음향이 그렇게 좋다는데 들어볼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겠네요.



신랑(nave)의 바깥쪽 끝에는 1658년 크리스티안 파터(Christian Vater)가 설계 제작했고
1738년 해체 공사때 카스파르 뮐러(Caspar Müller)가 향상시킨 멋드러진 오르간이 있습니다.
유럽의 큰 성당들 좀 보았지만 이건 정말.. 크고 아름답군요. 아 소리 좀 들어봤으면!!



그런데 오르간 아래에 이런게 있네요? 바닥엔 석탄과 작은 조각들이, 테이블엔 술과 술병이??



성가대석과 제대가 있던 내진(choir) 쪽에도 그림과 작은 종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으니...
이 구교회는 암스테르담의 가장 오래된 건물이면서 가장 최근에 개장한 예술관이기도 합니다.



얼마만큼이 원래의 것이고 어디부터가 복원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화려한 색유리화
(스테인드 글라스)의 일부가 교회의 옛 영광을 말해주고 있네요.



한쪽 코너에 역시 복원된 옛 주교실의 모습.



옛 성당답게 구 시가지의 좁은 골목들로 둘러싸여 전체를 한 눈에 보기가 쉽지 않네요.
참 이 구교회 앞의 작은 광장은 매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도 유명한 홍등가입니다.
제가 성당에 들어가는 길에도 화장을 찐하게 한 어떤 언니가 지나치면서 윙크를 하더라는;;;



그걸 기념(?)하는 의미인지 광장 바닥에는 이런 청동 부조도 있구요. 아무튼 재미있는 동네~



이제 자리를 옮깁니다. 담 광장에 왕궁과 나란히 있는 신교회는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14세기 후반 도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늘어난 신자들을 구교회에서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위트레흐트 교구는 새로운 성당의 건축을 허가했고 그에 따라 이 신교회가 세워졌습니다.
1380년에 시작해서 1409년에 봉헌되었으니 건축 공사에 대략 30년쯤 걸린 셈이네요.



건축 시기상 신교회는 구교회에 비해 보다 온전한 후기 고딕 양식으로 정돈된 형태를 가지지만
1645년 배관공의 부주의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모두 불타버렸으므로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1648년에 복원된 모습입니다.



신교회가 구교회보다 다소 크고 높다는걸 제외하면 두 건물은 고딕의 기반에 두텁지 않으며
목재의 재료를 그대로 드러낸 천장과 지붕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약간 의아했는데 찾아보니 국토 대부분이 늪과 저지대라는 네덜란드의 특성상
연약한 지반의 문제로 건물을 올릴 때 무게의 제약이 있어 가볍게 만들고자 한 결과라는군요.
이런 양식을 '더치 고딕(Dutch Gothic)'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성당으로 지어졌으나 종교개혁을 거치며 수난을 겪은 뒤 개신교회가 되었다는 사연 또한
두 건물이 같습니다. 넓은 내부에 설치 미술 몇 점 놓은 정도인 구교회와 달리 신교회는 아예
미술관처럼 운영되고 있어서 건물의 본모습을 보기는 더 어렵다는 단점이 있네요.



제가 갔던 6월 초에는 신교회 안에서 2022 세계보도사진전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사진은 앰버 브래컨(Amber Bracken)의 "캠룹스 기숙학교"라고 합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작년 캐나다의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어린이 유해 200여구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붉은 옷은 부당한 폭력에 저항하는 원주민 여성의 상징이라 합니다.



이렇게 신교회 또한 더이상 예배 공간으로는 이용되지 않으며 평소에는 각종 전시를 하면서
대관식이나 결혼식같은 네덜란드 왕실의 공식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 국왕 빌럼알렉산더르도 이 신교회에서 즉위하고 결혼했더랬죠.



그때문인지 대부분의 장식을 배제한것 같은 구교회에 비해 화려한 요소들이 살아있습니다.
이를테면 커다란 목탑을 머리 위에 얹은 것만 같은 설교단이라던가...



파이프 오르간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덮개가 씌워졌구요.



네덜란드의 역대 국왕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지극히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상단)라던가.
또다른 파이프 오르간도 있군요.



과거 제대가 있었을 가장 안쪽 자리에 커다랗게 세워진 것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활약하였고
이 교회 안에 매장된 미힐 더로위터르(Michiel de Ruyter) 제독의 기념비입니다.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위기에서 조국을 구하였으나 왕(총독)의 시기에 끝내 전사하고 만,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이순신과 흡사한 삶을 살았던 제독이자 네덜란드의 국가적 영웅이죠.



1565년 구교회에 높은 종탑이 세워졌을 때 신교회에도 종탑을 지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데
1565년과 1646년 두 번이나 시도되었지만 결국 종교, 정치적 환경 변화와 자금 조달 문제로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음 있었다면 더 멋졌을까요? 이 동네가 탑 좋아하긴 하더라만~

여기까지 천주교 성당으로 만들어져 혼란의 시기를 거쳐 개신교 교회로 거듭나게 되었으나
시대가 바뀌어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든데다 끝없이 들어가는 유지 보수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국가와 지자체에 환원되어 공공의 예술 공간으로 남게 된 암스테르담의 두 교회였습니다.



아 암스테르담에는 구교회와 신교회 말고 또 서교회(Westerkerk, 베스테르케르크)가 있는데
이건 종교개혁 뒤에 세워졌고 양식도 다르며 가장 높은 종탑을 가지는 등 차별 요소를 가지나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개방하지 않고 있는데다 구 시가지의 서쪽으로 조금 떨어져있기도 해서
트램으로 지나치며 찍은 사진 한 장이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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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22/07/13 10:22 # 답글

    특정종교가 미친듯이 세를 불리며 위험할 정도로 큰 건물을 짓는 어딘가와는 대조적이군요.
    고요하고 우아한 몰락의 과정을 보는 느낌이랄까... 레고나 페이퍼아트로 만들면 재미있을듯
  • glasmoon 2022/07/15 15:05 #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제가 여태 방문한 유럽 국가가 영국/러시아/핀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톨릭 국가였기에 꽤나 흥미로왔습니다.
    '고요하고 우아한 몰락'이라, 마음에 드는 표현이네요. ^^
  • Ryunan 2022/07/13 11:06 # 답글

    천장이 목조라니 아크같은 느낌도 있고 색다르군요. 설교단 장식 저 커다란 게 떠있는 것 처럼 구성된 것도 신기하네요.
  • glasmoon 2022/07/15 15:18 #

    목재 천장이 드물지는 않다는데 저렇게 칠 없이 놔둔 경우는 저도 처음 봅니다.
    설교단은 나중에 소개할 브뤼셀 생 미셸 대성당과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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