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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35 부산 송도성당 (이태석 신부 기념관) by glasmoon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네요. 올 가을 시즌의 첫 성당 여행은 부산의 송도 성당입니다.



3년만의 나라밖 여행 준비한다고 봄 시즌을 통째로 쉬고나서 가을이 다가오도록 그 뒷정리를
마무리하지 못해 어쩌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하루짜리 부산행이 잡혀 급거 찾게 되었네요.
송도 성당은 송도 해변으로 들어가기 전 천마산 경사지의 부산관광고등학교 옆에 있습니다.



전쟁 뒤인 1961년 작은 집들이 밀집한 산중턱 경사지에서 남부민 성당으로 설립된 송도 성당은
1985년 작은 성전 건물이 붕괴 우려로 사용중지 공고를 받으면서 새 성전 건립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이듬해 새로 짓던 건물마저 부실 시공으로 중단되고 만들었던 구조물마저 해체한 뒤
다시 새로 의뢰한 곳이 김중섭 씨의 건축문화 건축사사무소였습니다.
작년 김영섭 씨의 성당 작업들을 훑으면서 김중섭 씨와의 공동 작업물도 여러 차례 다루었죠?



성전 건물의 첫 인상은 좁고 경사진 대지에 이런 규모의 건물을 짓기가 쉽지는 않았겠다는 것,
두 번째 인상은 건물의 내부 기능과 구조가 외부로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면 오른쪽에 붙은 둥근 탑처럼 생긴 부분은 1층과 2층을 안에서 연결하는 원형 계단이라던가,
성전 내부의 크기와 모양새가 건물 윤곽으로 그대로 드러나 있다던가 하는 부분들 말이죠.
그러니까 덩어리 안에서 공간을 분할한게 아니라 각 기능적 공간들을 붙여나갔다는 느낌?



주일 미사 시간이어서 안뜰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에 가려져 성모상을 지나칠 뻔했군요;;



전면부 위에 예수성심상, 출입구 옆에 피에타상, 계단부 바깥에 주보성인인 성요셉과 예수 부조
(사진에서는 옆에서 찍혀 잘 안보이네요) 등 다양한 성상들이 성전 바깥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옛 사진에는 십이사도의 동상들이 주욱 올려져있기도 했던 모양인데 그보다는 훨 낫군요.
속이 비고 간결한 형태로 세워진 종탑은 김영섭 씨가 나중에 설계한 발안성당의 것과 닮았습니다.



작은 타일로 마감되어 오랜 세월을 맞은 외부와 달리 내부는 새단장한지 얼마 안된 모양이네요.
밖에서 보았던 이리저리 꺾여있던 복잡한 면들이 내부에서 다채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면들이 꺾이는 자리에 채광창을 넣고 색유리화를 입힌건 확실히 80년대 건축문화의 스타일이죠.



하지만 성전 내부의 성격을 규정지은건 면들로 분할된 공간보다도 십자고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림잡아 5 미터는 되어보이는 이 청동 십자고상은 특이하게도 중앙이 고리 모양으로 비어있고
고리를 따라 팔을 늘어뜨린 그리스도는 십자가 표면에 반쯤 묻힌 것처럼 부조 표현되었습니다.
제작한 분이 누구신지 알고 싶은데 오래되어 그런가 검색으로는 잘 드러나지가 않는군요.
아는 분 계시면 말씀 꼭 부탁드립니다~



안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이 건물 생각했던 것보다 좀더 멋진걸? 하게 되네요.
참 송도성당은 지하에 소극장을 가진 것으로도 알려져있는데 미사 직후 다들 바쁘신 와중에
외부인이 이리저리 티내면서 구경하고 다니기가 뭣해 조용히 나왔습니다. ^^;



성당 주변으로는 좁은 자리에 알뜰하게도 십자가의 길과 묵주기도의 길이 만들어져 있지만
지금은 잡초가 무성해서 약간 곤란할지도 모르겠네요. 얼마전 부산에도 비가 너무 많이 왔죠.



성당 옆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담벼락에는 갓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벽화가 그려져 있군요.
벽화 옆에는 '이태석 톤즈 거리' 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습니다.



그 아래에서 만나게되는 '이태석 신부 기념관'.



이태석 요한 신부님은 1962년 이곳 부산의 남부민동에서 태어났습니다.
60년대 송도에서 열 남매의 아홉째로 살아가는 것이 어땠을지는 잘 상상되지 않지만서도.



성당에서 놀며 음악을 좋아하던 소년은 공부도 잘하여 의대에 진학하고 무사히 졸업했지만
이후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하고 다시 신학교에 들어가 뒤늦게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단의 톤즈 지역으로 건너가 의료 활동과 교육 활동을 활발히 벌이다가
뜻밖의 병을 얻어 선종하신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널리 알려졌죠.
기념관에는 여러 유품들과 함께 당시의 기록, 사람들의 증언, 재현한 장면들을 볼수 있습니다.



여러 악기를 독학해가며 브라스 밴드를 조직하셨던걸 보면 음악에는 정말 진심이셨던듯.



밴드 단장복, 의사 가운 등과 함께 입으셨던 옷들과 사용하셨던 기구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 마지막 미사 집전때 입으셨던 제의 아래에 보이는 작은 나무 십자가는 서품 때
친구분이 만들어주신 것으로 사랑으로 채우라는 의미에서 가운데를 동그랗게 비워놓았다는데
먼저 보았던 송도 성당의 십자고상과 관계있는 것인지 우연인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이태석 신부의 상징 중 하나가 된 그 구멍 있는 십자가와 함께 신부님을 추억하는
여러 소품과 그림들도 한 자리에 놓여져 있구요.



기념관 옥상에서는 송도 주변과 송도 성당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송도에 김중섭 씨가 설계한 성당이 있는 것도,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의 기념관이 있다는 것도
며칠 전까지는 전혀 몰랐건만 얻어걸린 것 치고는 매우 뜻깊은 성당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산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구요. 성당도 한 곳 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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