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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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36 부산 신선성당 by glasmoon



예정에 없던 부산 여행의 성당 답사 두 번째는 다리 건너 영도에 있는 신선 성당입니다.



남부민동에서 먼저 보았던 송도 성당과는 남항 대교 양 끝에서 마주보는 위치가 되겠군요.
어릴적 잠시 부산에 살았어도 영도에 들어오면 가까운 남항동 아니면 저 끝 태종대였을테니
신선동 근처에 온건 처음이지 싶습니다.



송도 성당이 천마산 자락이었다면 신선 성당도 봉래산 기슭이어서 경사지이긴 매한가지.
하긴 온통 산 투성이인 부산의 옛 주택가 중에 경사지 아닌 곳이 더 드물지 싶죠?
그래도 송도 성당보다는 대지가 넓어서 올려다본 안뜰은 위풍당당합니다.



영도대교 개통과 함께 공소가 설립되었고(1935) 전쟁동안 피란민이 늘어나면서 본당으로
승격되었으니(1955) 신선 성당의 역사는 부산 영도 지역의 현대사와 함께하는 셈입니다.
처음 세워졌던 그 성당 건물은 안뜰 오른편에 아직도 남아 강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뒤로 보이는 옛 스타일의 대중목욕탕 굴뚝이 아주 정겹습니다.



성모성심을 주보로 모시는 성당답게 건물 사이로 크진 않아도 기품있는 성모 동굴이 있군요.
뒤로 보이는 옅은 오렌지색 주택은 통로가 이어져있으므로 사제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의 건물은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회의 알빈 슈미트 신부의 설계로 1964년 준공되었습니다.
알빈 신부님이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성당을 남기셨건만 소개하는건 왜관 성당, 복자 성당,
천부 성당에 이어 겨우 네 번째가 되네요. 십자가와 닻을 합친 모양의 부조 장식이 처음부터
붙어있었을것 같진 않으나 그게 있어도 없어도 건물이 배를 닮았다는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 이제 뱃머리 아래의 출입구를 통해 탑승해 봅니다?



2005년 본당 설립 50주년을 전후로 수리와 정비를 거쳤다는데 거의 리모델링 수준이었던 건지,
본질적으로 매우 단순하면서도 정돈된 형태로 공간이 만들어졌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제대쪽 모서리에 완만하게 호가 졌다면 반대쪽(사진찍은쪽)은 아예 반원형으로 돌아가는데
이걸 어떻게 사진으로 옮길 수가 없네요. -ㅁ-



2층 성가대석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이렇게 벽을 따라 둥글게 말아올려져 꽤나 고풍스럽죠?



흰 벽, 검고 흰 대리석에 이어 모던함의 정점을 찍어주는건 제대 벽면의 십자가입니다.
와 나름 국내의 성당 찾아 여기저기 제법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런 과감함은 처음이지 싶어요.
처음 와서 보시는 분이라면 전쟁 직후에 세워진 성당이라 말해도 믿지 않으실지도??



그리고 1981년 3월 이곳에서 문재인 전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혼인성사를 올렸더랬습니다.
알려진대로 월남 피난민의 아들로 거제도에서 태어난 문전대통령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영도로 옮겨와 이곳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성당에서 나눠주는 구호물품을 받고서
감화된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먼저 세례를 받았고 소년 문재인도 곧 그 뒤를 따랐죠.



제대 오른쪽, 색유리화 창문이 줄을 지은 쪽에서 할머니 두 분이 기도를 드리고 계셨군요.
강한옥 여사 또한 아들이 굴곡진 인생을 지나 대통령이 되어서도 계속 이 성당에 나오시다...



2019년 10월 별세하셨습니다. 신선 성당은 규모도 작거니와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장례 미사는 주교좌 남천 성당에서 이루어졌지만 어쨌든 본당의 역사를 통틀어 그 전후 기간이
이 성당에 세간의 눈이 가장 많이 쏠려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의 임기도 끝났고 관련된 신선 성당의 이야기도 점점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면서
본당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겠죠. 푸른 바다로 떠나는 영도의 하얀 배 신선 성당이었습니다.


성당 여행 #135 부산 송도성당 (이태석 신부 기념관)
성당 여행 #046 칠곡 왜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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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도그람 2022/09/03 15:37 # 삭제 답글

    제가 천주교신자는 아니지만 보통 교회나 성당의 본당에 모셔진 십자가는 십자가에 있는 예수님을 생각하는데 저 십자가는 제가 봐도 파격적이네요
  • glasmoon 2022/09/03 16:05 #

    중간에 들어간 사선의 의미도 매우 궁금합니다. 보통 정교회 십자가에서 비슷한 사선(매달린 그리스도의 발판)을 넣기는 하는데 상대적으로 위치는 또 높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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