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도대체 들을 음반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구만 요즘 왜 갑자기 쏟아지는 걸까요?
고인물 형님들이 코로나 사태에 집콕하다 심심해서 만들어본 작업물들을 내놓으시는 건가??
아 물론 제가 주로 듣는, 이제는 철지난지 오래인 하드록/헤비메탈 쪽 음악 얘깁니다.
세기말 감성이 지배하던 1999년의 메탈 청년(?)들에게 인 플레임스의 "Colony"가 선사한 충격은
과장을 보태 99년이 되었어도 레이버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허전함을 채워줄만한 것이었다.
풍문으로 들려오던 '멜로딕'과 '데스'라는 이율배반적 단어가 조합된 의미는 여전히 모호했지만
음악적인 뿌리는 확실히 유럽(아마도 독일)식 스래시 메탈에 있다는걸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고
거기에 얹힌 거친 브루탈 보컬과의 대비는 서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 선봉에 섰던 인 플레임스(In Flames)는 미국 진출을 전후로 변질(?)되고야 말았으니
옛 정으로 꾸역꾸역 구입하던 CD를 중고 매장에 내다 판 것도 어느덧 십 수년 전의 일이었는데...

뜬금없이 예스페르 스트룀블라드를 위시한 전성기 시절 멤버들에 절친이자 라이벌 밴드였던
다크 트랭퀄리티(Dark Tranquillity)의 보컬 미카엘 스탄이 합체한 프로젝트가 결성됐다는 소식이!
대중성 강한 포지션은 아치 에너미(Arch Enemy)가 가져갔고 내 최애 밴드의 지위는 인솜니움
(Insomnium)이 차지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왕년 인 플레임스만의 청량한 그루브를 다시 한 번?
하지만 그 형들도 이제 너무 나이를 먹지 않았나??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러치! 인 플레임스식 멜로딕 데스라면 병행(유니즌)하는 기타 멜로디로 포문을 열어야 맛이지!
정말 20년 정도 시간을 감아버린 것만 같은 그 시절 그대로의 이 음악은 과연 추억인가 퇴행인가?
이쯤 되면 과거 앞 세대가 올드 밴드 재결합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가?
등등의 복잡한 감정이 드는 가운데, 그 시절의 자기 복제라 해도 이 정도라면 감탄할 수 밖에.
사실 자기 복제라고 뭉뚱그리긴 했지만 이 'Days of the lost'와 같은 인 플레임스 스타일의 곡,
맨 앞의 'Shadowminds'처럼 다크 트랭퀼리티 스타일의 곡, 그리고 그 둘이 뒤섞여 화학 작용을
일으킨 다수의 곡들에서 서로의 옛 지분을 찾아보는 재미는 꽤나 쏠쏠하다.
더욱이(?) 미카엘 스탄은 데뷔 전 인 플레임스의 데모를 녹음했던데다 라이브 게스트도 했던만큼
정통성에는 문제가 없고(??) (아니 꽉 짜여진 닭트랭에서의 답답한 스트레스를 날리는 중이려나?)
인플렘과 닭트랭은 여전히 건재할지언정 서로 길은 갈라진지 오래여서 영역이 겹칠 염려도 없으니
잃어버린 날들에 대한 회포를 푸는 자리를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기를 강력히 바라는 바이오.
덧글
다들 실력은 이미 날고기는데 하던대로 계속하면 진부하다 욕먹어, 새로운거 시도하면 변절했다 욕먹어...
가끔은 이렇게 편하게 놀고 싶어서(?) 프로젝트 밴드들을 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