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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벨기에] 풍차의 마을 잔서스한스 by glasmoon



예정에 없던 부산 여행을 후다닥 정리하고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왔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마지막 날의 낮 시간대가 공백이었는데, 그 사이 잠깐 외유(??)를 했거든요.
암스테르담 북쪽의 풍차 마을 잔서스한스입니다.



거길 구경하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난...건 아니고, 암스테르담 중앙역 사진을 너무 어려번 써서
2017년 겨울의 새벽 산책때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여름에는 좀처럼 해가 지지않는 곳이다보니.
잔서스한스에 가는 관광객은 가이드가 붙은 버스를 타는게 보통이지만 그냥 기차를 탔지요.



네덜란드의 지명에 많은 '~담'이라는 이름은 철자 그대로 강물을 막은 댐(dam)을 의미합니다.
암스텔 강에 만든 댐 주위가 암스테르담, 로테 강에 만든 댐 주위가 로테르담 뭐 그런 식이죠.
암스테르담 북쪽으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북하 운해 위쪽의 잔담은 잔 강의 댐이라는 뜻이겠죠?
그 잔담 지역의 또 북쪽에 잔서스한스(영어식으로는 잔세스칸스, Zaanse Schans)가 있습니다.
이름의 뜻은 '잔 강의 요새' 쯤으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 당시에 그런게 있었다나보네요.
암스테르담으로부터의 거리는 10 킬로미터 정도이며 기차나 버스로 2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기차역(Zaandijk Zaanse Schans)에서 내려 작은 주택가를 지나 다리 위로 올라가니
강 건너편에 늘어선 풍차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오 여기가 네덜란드의 풍차 마을이로구나!



마을에 들어서자 '요새'라는 다소 삭막한 이름과 달리 예쁘게 단장된 집들이 맞아주는데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 수 백 년 전이니 그 때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 마을 자체가 실제로 거주하는 분들도 있지만 관광객을 상대하는 민속촌 비슷한 거라서요~



깔끔하게 정비된 길과 집들 사이로 수로에서 노니는 물새까지 다소의 인공미가 느껴지지만
분위기는 좋네요. 최대도시 암스테르담 부근에서 이 정도라도 보는게 어디야?



그리고 마을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풍차들!!
사실 원래부터 있던건 둘 뿐이고 나머지는 보존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옮겨온 거라는데요,
각기 이름도 붙어있습니다. 왼쪽부터 어린양(Het Jonge Schaap), 탐구자(De Zoeker),
고양이(De Kat), 왕관 쓴 풀렌뷔르흐(De Gekroonde Poelenburg), 관리인(De Huisman).
풍차 목록에는 셋이 더 있는데 여기에서 보이지 않거나 해체 복원중이거나 그렇댑니다.



풍차들이 이렇게 늘어서서 실제로 움직이는걸 보니 여기가 네덜란드라는게 새삼 실감됩니다.
도시 안에서도 보긴 했지만 그것들은 실물에 비하면 그저 모형이거나 장난감이었구만~



각각의 풍차들은 저마다 가동하는 구조도 목적도 조금씩 다른데, 원석을 갈아 안료를 만드는
'고양이(De Kat)' 풍차는 내부를 볼 수 있지만 구태여 볼 것 까지야 싶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후회하고 있죠. 그냥 들어가볼걸..ㅠㅠ



대신이라긴 뭣하지만 관광 홍보 페이지의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갈아내거나 짜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방앗간과 비슷합니다.



그 옆 '왕관 쓴 풀렌뷔르흐(De Gekroonde Poelenburg)'는 목재 가공 풍차(제재소)여서인지
큰 목재들의 수월한 운반을 위해 작업 공간이 오픈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실제로 쓸까요??



아무튼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탁 트인 지평선에서 드라마틱한 하늘과 구름 아래
유유자적 풍차가 돌아가는 광경은 정말 이국적입니다. 괜히 이런 그림이 있는게 아니로군요.



이제 조금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풍차 외에도 집들이 많거든요.



그중 한 집에서는 정말 그림에 나올법한 전통 복장을 입은 아주머니가 소를 돌보고 계셨는데
(이번 여행을 통틀어 네덜란드 전통 복장은 남녀 불문하고 여기서 딱 한 번 보았습니다)



다름아닌 치즈를 가공하는 곳이었군요. 저는 잘 모르지만 헨리 윌리히(Henri Willig)라고
네덜란드 치즈 중에서도 알아주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지금은 물론 현대식으로 만들지만
바깥에는 옛날의 제조 방식을 인형들로 재현해놓기도 했구요.



차암 종류가 많았지만 치즈 모르는 누구는 몇 종류 시식을 해봐도 그렇구나 할 뿐이라 ㅠㅠ



또 하나 들어간 곳은 클롬펀(또는 크롬펜, Klompen)이라는 나막신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비오는 날 또는 유용한 나막신이니 국토의 태반이 습지인 네덜란드에선 두말 할 것도 없겠네요.
지금은 박물관 겸 축소 기념품 가게가 되었지만 정말 실물 나막신을 구입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건물 바깥을 장식한 각양각색의 클롬펀들~ 여기가 인증 사진 맛집이로구나~



이외에도 잔서스한스 역사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에 가게들에 각종 식당에 카페들에
마음먹으면 하루 한나절 정도는 충분히 보내고도 남겠지만 일정에 쫓기는 관광객은 여기까지.



나오면서 돌아보니 잔잔한 물결에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마치 축소 미니어처처럼 보이는군요.
일정이 빠듯한데다 딱 보니 민속촌 각이어서 패스할까 싶다가도 살짝 무리해서 끼워넣었는데
와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지 싶습니다. 네덜란드 말고 세상 어디에서 이런 광경을 또 보겠어요?


[네덜란드/벨기에] 암스테르담 구두쇠 털어먹기

덧글

  • 도그람 2022/09/07 21:31 # 삭제 답글

    풍차가 물 퍼올리는 거랑 제분용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안료제조까지 있는 건 처음 알았네요
  • glasmoon 2022/09/08 16:08 #

    뭐 구조는 제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원료를 갈아 고운 가루로 만드는 거니까.
    근데 가까이 보지는 못했지만 풍차 동력을 전기톱처럼 쓰는 제재용은 신기하더라구요~
  • 워드나 2022/09/07 22:05 # 답글

    이곳에는 거인들이 많구나 로시난테야!
    소중한 사진 잘 보았습니다~
  • glasmoon 2022/09/08 16:08 #

    과연 돈키호테가 이곳에 왔더라면 거인 8형제의 위압감에 천하의 그라도 잠시 후퇴했을 것인가~!?
  • f2p cat 2022/09/08 11:51 # 삭제 답글

    그간의 폭풍 답사(?) 사진들을 보다가 이쪽을 보니 확실히 이국적인 것이 관광지의 사진이라는 느낌 입니다.
  • glasmoon 2022/09/08 16:10 #

    그간 여행기라면서 온통 그림이나 건물이나 그런 사진들밖에 없었군요. ㅠㅠ
  • 노타입 2022/09/13 04:44 # 답글

    동선이 또 겹쳤네요! ^^ 저도 저 마을 갔습니다. 제가 갔던날은 매우 맑았는데 유리달님이 가신날의 구름은 마치 네덜란드 미술관에서 본 풍경화 느낌이네요. 저 고양이 풍차내부는 저는 들어가봤고 바람이 불어서 꽤 세차게 도는 풍차 날개를 아주 가까이서 볼수 있었는데, 기압차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느낌이 상당히 멋졌습니다.
    혹시 댄하그에 있는 Madurodam 미니어쳐 시티나 이준 열사 기념 박물관도 가보셨는지요?
  • glasmoon 2022/09/14 20:57 #

    저도 구름이 많아 걱정했는데 정말 미술관에서 보던 그림의 풍경을 만들어 주더라구요~
    풍차 안으로 역시 들어가봤어야 했는데..ㅠㅠ
    덴하흐에서 이준 열사 기념관은 닫는 날이어서 불발, 마두로담은 시간과 동선 관계로 넣지 못했습니다.
    마두로담 사진들을 찾아보니 여행 첫날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으면 감흥이 크지는 않았겠다,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들을 보고 난 뒤에 가야 제맛이겠다며 위안이긴 한데, 다시 찾아갈 날은 아마 오기 힘들것 같아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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