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서 가는게 아니라 다른 일로 어디 나갈때 근처를 찾아보게 되어버린 성당 여행(크흑),
간만에 당도한 곳은 용인의 신봉동 성당입니다.
신봉동은 용인시의 북서쪽 경계인 수지구에서도 끝자락의 광교산 아랫자락입니다.
용인서울 고속도로가 바로 위를 지나고 있죠. 신봉동 본당은 수지가 개발되면서 2008년 설립
되었고 현재의 건물은 다년간의 준비와 노력 끝에 2019년 완공 봉헌되었습니다.
도착해보니 평범한 건물이 아니라는건 알겠는데 구성을 잘 이해하기 어렵더라구요.
주차장 입구 옆의 계단, 입구 위의 천사상, 계단 뒤의 성인상, 왼쪽 뒤로 보이는 건물까지.
네 아까 그곳은 후문이었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오니 여기가 정면이로군요.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둥근 성전,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사무동, 그 사이에 로비가 있네요.
건물이 꽤 근사하기도 하거니와 이름 외에는 성당을 나타낼만한 표지를 따로 드러내지 않아서
마치 공연장이나 미술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입구 옆 쪽으로 성모상이 있구요.
로비로 들어서니 둥근 건물의 외벽이 로비 안쪽까지 쭈욱 이어져있네요.
두 건물 사이의 삼각형 공간이 널찍한 인상과 함께 안정적인 동선을 만듭니다.
오른쪽에 있는 둥글고 부드러운 성모자상도 아름답지만 그 위와 옆의 색채가 범상치 않은데..
둥근 건물의 내부를 온전히 차지하고있는 성전에 그 색채의 파도가 몰아칩니다.
와, 정말 과감한 스테인드글라스, 색유리화로군요. 본당 건물을 세우기 위해 프랑스에서 교회
미술 작업을 하시는, 독특한 색유리화로 알려진 김인중 신부님께 부탁을 드렸고 신부님은
신학자이자 건축가 베르나르 게일러 씨를 추천하여 두 분의 협업의 결과물로 완성되었습니다.
국내외 성당 제법 여기저기 다녔는데도 이런 식의 색유리화는 본 기억이 없는데요.
마치 큰 붓으로 일필휘지한 것 같달까, 한국인이니 당연하겠지만 동양적인 기운도 전해집니다.
얇은 금속 소재를 얽어 만든 십자고상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군요.
성전의 다른 창문들도 모두 같은 방식의 색유리화로 장식되었습니다.
모두 문양은 물론 색배합도 조금씩 다르구요.
성전을 나와보니 입구 맞은편에 친숙하지만 약간 색다른 성화가 걸려있습니다.
성 오메트르 베드로.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조선에 들어왔다 박해 끝에 순교하시고
1984년 103위 중의 한 분으로 시성되었습니다. 성 오메트르 베드로를 주보성인으로 하는
신봉동 성당은 성인의 고향 앙굴렘에 세워진 오메트르 베드로 성당과 자매 결연을 맺었다고.
성전 뒤편은 마치 서점이나 카페같군요. 요즘 성당들의 공용 공간이 워낙 잘 만들어져서~
그 옆의 문으로 나와 바깥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합니다.
처음에 보았던 주차장 입구 위의 천사상 주변이 십자가의 길이었군요.
그리고 계단 위에 있었던 성인상이 이것, 성 오메트르 베드로의 성상이었습니다.
성모 공경이 지극했다는 성인답게 성모상을 받들고있는 모습.
국내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성 오메트르 베드로를 주보 성인으로 모시는 본당으로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신부님께 색유리화를 부탁하면서 설계까지 프랑스인이 하게되고
결국에는 성인을 모신 고향의 성당과도 자매 결연을 맺게되는 겹치고 겹치는 인연이란...
예정에 없던 천안 가는 길의 용인 나들이는 근처의 미술관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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