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광주행의 가장 큰 이유는 이건희 컬렉션이었지만 그거 하나로 움직였을 리는 없죠?
물론 광주에도 역사깊은 성당이 몇 곳 있습니다.

미사 끝난 시간인데 이상하게 떠들썩하다 했더니만 가는 날이 장날도 아니고 본당 설립 기념일!
남동성당은 1949년 광주광역시의 두 번째 본당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남쪽에 있어서 남동이었겠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옛 광주의 구도심 기준으로 볼 때의 경우고
현재 동구청의 바로 옆이자 충장동, 그러니까 금남로의 바로 아래에 자리하는데...

그 말인즉 1980년 5월 18일부터 벌어진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얘기죠.
실제로 항쟁이 일어나자 남동 본당의 김성용 주임신부는 광주를 탈출하여 김수환 추기경에게
보고하는 한편 집필한 수기 "분노보다는 슬픔이"를 통해 광주의 참상을 세상에 고발하였습니다.
이후로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가 매년 봉헌되는 등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기에
2005년 5월 천주교 광주 대교구는 남동 본당을 '남동 5.18 기념성당'으로 선포하였습니다.

그 날의 참상을 모두 보시고 아픔을 모두 끌어안으셨을 성모님.

아무튼 제가 찾은 날이 본당 설립 기념일이었기에 강당 안에서 또 성당 안마당에서 한창 잔치중!

길가의 입구에서 성당 전면으로 빙 돌아오니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중심을 잡고 있군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옛 성당 치고는 건물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아마도 성당 관계자와 본당 신도 여러분의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외부 전면에 십자고상이 걸린 경우는 제가 본 성당 중에는 목포 산정동 성당과 함께 유이하고,
종탑 위의 예수성심상은 팔이 무려 네 개! ...가 아니라 앞뒤로 상 두개가 등을 맞대고 있습니다.

성전 내부는 해방 뒤 지어진 성당들의 전형적인 강당형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창의 크기가 작지는 않았는데, 아마 안쪽에서 가벽을 통해 막은것 같네요.

제대 뒤의 십자고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란히 모셔진 성모상과 예수성심상.
인위적인 꾸밈없이 이런 옛스러운 분위기는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기에 더욱 반갑습니다.

그날 광주의 지극한 아픔이 있었던 뒤로 그걸 극복하기 위해 참 무던히도 애써오셨을텐데
세월호는 침몰하고 이태원에서는 압사가 일어나고,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은 끝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그분들의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

기가막히게도 본당 설립 기념일에 찾은, 광주에 두 번째로 세워진 남동 성당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광주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본당으로 가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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