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갑작스럽게 다녀온 광주 일박 여행, 드디어 총집편입니다?

서울에서 6시에 출발해서 국립광주박물관에 10시 도착!

계획중이던 다른 곳들 다 제치고 갑자기 광주로 방향을 튼 원인 중 하나였던 "세한도" 외에
이병철-이건희 2대에 걸쳐 모았다는 쟁쟁한 국보급 고미술품들 구경하구요.
국립광주박물관 - 어느 수집가의 초대

시내로 들어와서 일단 동구청에 왔습니다. 아직 시간이 약간 일렀는지 주차 성공!

동구청 앞에 열도지라는 중국집이 유명하다길래 일단 거기서 아점을 먹기로.

짬뽕과 탕수육이라는 진리의 조합입니다.
평소 일터에서 시켜먹는 집이 영 그래서 그런가 제대로된 짬뽕은 오랜만에 먹어보는 느낌!

동구청 근처 남동성당은 마침 그날이 잔칫날, 본당 설립 기념일이었죠.
성당 여행 #138 광주 남동성당

동구청앞 교차로 건너편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고 리모델링으로 만든 큰 공원이 있더라니
여기가 바로 '그곳'이었군요.

도심 속의 녹지와 문화공간으로 다시 만들어진 이곳은...

1980년 5월 역사의 현장 전라남도청입니다.
워낙 낡아 구조적으로 위태로웠다는 별관 일부는 헐어내고 철골 구조물로 형태를 만들었네요.

옛 자료 사진에서는 그렇게 크고 웅장해 보였던 구 전남도청 본관.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던 모양인데 결국 변경된 요소들을 다시 허물고
80년 당시의 모습과 가깝게 다시 복원하는 것으로 결정난 모양입니다.
광주의 기억에 대해 제3자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같아 약간 씁쓸하네요.

광장 맞은편, 역사의 증인 중 하나인 시계탑 뒤로 전일빌딩이 보입니다.

60년대에 지어진 옛 건물이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헬기 사격으로 보이는 총탄 흔적이 발견되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죠. 건물 외벽에 군데군데 남은 흔적에도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가장 많은 탄흔이 집중되어있는 10층은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습니다.

수많은 총탄을 받아낸 기둥...

입구에는 그날의 그 상황을 표현하는 작품도 걸려있구요.

시가지 조형물에 조명과 애니메이션, 대형 헬기 모형까지 곁들인 체험형 동영상도 상영합니다.
그 외 참 많은 증언과 자료들을 보여주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이 사실을 부정하는 일부 논리를
다시 반박하는 것들이라는게 마음이 아프더군요.

옥상에서 내려다본 전남도청. 그 사진이 여기에서 찍은 거였구나...

전일빌딩에서 금남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을 만납니다.

80년 5월의 광주에 대해 참 많이 보고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차분하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구경꾼처럼 사진 찍는건 엄두도 못내겠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 블록 위에 있는 광주 최초의 본당 북동성당도 구경했구요.
성당 여행 #139 광주 북동성당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며 광주의 성심당이라는 궁전제과 본점에도 들렀습니다.

제가 보기엔 종류도 많고 맛도 있는데 빵 좋아하는 동행께서는 성심당보다는 못하다 하시네요.
근데 성심당은 전국 통틀어 톱클래스잖아요;;

광주에 연고가 없다는 핑계로 이 나이를 먹도록 금남로에 한 번 와보질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버킷리스트의 하나를 이제야 해소하였습니다.
사실 민주묘지와 기념공원 등 봐야할 곳이 몇 곳 더 있지만 다음에 올 때를 위해 남겨둡시다?

자동차가 있는 동구청으로 돌아가며 아시아문화전당을 다른 방향으로 돌았더니 아까 보았던게
전부가 아니었군요. 정말 엄청난 면적에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가있는 모양입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뛰어노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날의 아픈 기억은 남았을지언정
슬픔은 점점 가시고있구나 라고 생각했건만 이로부터 며칠 뒤 이태원에서. 하아. ㅠㅠ

이제 마지막 5시 관람을 예약한 광주시립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깁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인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특별전이 11월까지 이곳에 있죠.
수집가에 대해서는 다소 심드렁하더라도 중요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경험은 귀중합니다.
참 제주 배경의 그림을 걸어놓고보니 올해 제주를 한 번도 못갔네?
광주시립미술관 -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

보고 나오니 해는 지고, 숙소 들어가는 길에 이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오길래 그냥 들어갔습니다.
돈까스 만드는 남자라고??

이미 먹고 치워 사진에는 없지만 스프도 있고, 구성은 옛 경양식 스타일이 기본처럼 보이는데
돈까스 자체와 소스는 양식(?)과 일식의 중간쯤 됩니다. 양파가 올려진게 어울려 맛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양이 엄청 많아요! 제가 빨리는 못먹어도 어지간해서 남기지는 않는데 남겼;; 아깝;;;

꽉 채워 쓴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길이 막히기 전 서울에 도착하기 위해 일찍 출발합니다.
물론 때가 때이니 가는 길에 단풍 구경은 해야죠.

십 년만에 다시 찾아도 가을 내장산(백암산)의 백양사는 역시 좋네요.
다음에는 꼭 내장사도 가보면 좋겠네요.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이 잘 복원되기를 빕니다.
백양사의 이른 단풍

이렇게 2022년의 가을 여행은 끝났고...
해가 바뀌기 전에 어디 하루라도 갈 수 있을까요? 12월 쯤에 어디라도 가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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