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제주 여행, 성 이시돌 목장을 돌아본 뒤 그 옆의 금악 성당을 찾아갑니다.
엄밀히 성 클라라 수도원의 성당이나 시설을 일반 외부와 공유하는 금악 본당이기도 합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더불어 '아시시의 클라라'로 알려진 성녀 클라라(키아라, Chiara
Offreduccio)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제2회를 창설했으니 그것이 성 클라라 수도회입니다.
우리나라의 성 클라라 수도회는 1967년 제주 금악의 이시돌 목장 연수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폐쇄수도회이나 성당을 금악 본당과 공유하므로 성당 성전에는 들어갈 수 있죠.
중간산 지대에 세워진 이 성당은 대부분 거주 인구가 많은 해변을 따라 본당이 늘어선 제주에서
역시 다른 목적으로 세워진 인근의 삼위일체 대성당과 함께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성당입니다.
성 이시돌 목장과 센터, 삼위일체 대성당 등과 묶여 하나의 단지를 이루고 있죠.
성전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보고 성모상인줄 알았건만 앞모습을 보니 예수상이네요.
우리나라 성당 바깥의 예수상은 보통 고전적인 구도와 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인데
이런 모습으로 뵈니 입가에 미소가 살짝 지어지는게 한결 친근하게 보입니다. ^^
이 금악 성당은 전체 수도원 시설의 일부이기도 하므로 그 의미가 약간 달라지겠지만서도
멀리는 금산성당부터 가까이는 근처 표선성당이나 작년에 다녀온 용인의 신봉동성당에서 보았듯
원통형 성전에 부속 건물을 붙이는 형태가 요즘 세워지는 현대식 성당의 한 흐름인 모양입니다.
에이텍 건축사무소의 설계로 2014년 완공 봉헌되었으니 내년이면 10주년이 되겠네요.
보통 원형 건물의 외벽은 외장재를 세로로 붙여 원에 가깝도록 매끈하게 처리하는게 일반적이나
금악 성당은 특이하게도 가로로 쌓아 모서리가 조금씩 튀어나오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검은 현무암이기까지하니 오른쪽 세로로 덧붙여진 하얀 대리석 타일과 아주 대비되네요.
출입문 안에서도 원형 외벽은 이어지고 두 번째 문을 통해 성전 안으로 동선이 연결됩니다.
두 번째 문을 지나쳐 더 안으로 들어오면 성모상이 있는데, 그 이상은 수도원이므로 출입금지!
성전 내부는 바깥과 반대로 나무 재질에 빛이 쏟아지는 흰색이어서 또 한 번 대비를 이루네요.
성당 전체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은 제대 위의 다미아노 십자가(San Damiano cross)입니다.
조각으로 만들어진 십자고상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다미아노 십자가 이콘이 꽤 이색적인데
저 십자가의 원형이 아시시의 다미아노 성당에 있었고 현재 인근 성 클라라 성당에 모셔졌으니
클라라 수도회의 성당에 다미아노 십자가가 걸려있는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하겠네요.
좌우 벽면의 십사처도 색이 억제되어 검소하고 소박한 분위기로 그려졌습니다.
나오면서 올려다보니, 처음 볼때부터 약간 색다르다 느꼈던 종탑 위에 뚫려있는 상징 문양이
다미아노 십자가 모양이었군요. 입구에서도 그랬고 수도회의 심볼로 쓰이는 모양입니다.
제가 국내 성당에서 다미아노 십자가를 보는건 두 번째인데...
첫 번째는 문 전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가기 전에 다니셨다는 서울의 홍제동 성당에서였죠.
이 금악 성당에도 퇴임 후 작년 여름 휴가때 들리셨다니 이건 무슨 우연인지 필연인지~
앞에서 말씀드렸듯 성당은 수도원에서 외부에 개방된 유일한 시설로 삼각형으로 배열된
수도원 건물의 한 꼭지점을 이룹니다...마는 들어가볼 수 없고 사진 한 장 빌려왔습니다.
중간산의 목장 지대인만큼 근처에 민가가 많지 않아 등록된 신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푸른 초목과 파란 하늘이 맞닿은 배경 속 아름다운 건물과 경건한 분위기로 알음알음 전해져
주일 미사에는 많은 신자들이 찾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한 금악 성당이었습니다.
간만에 성 프란치스코와 다미아노 십자가를 이야기하다보니 명색이 성당 여행을 다닌다면서
언젠가 이탈리아 페루자의 아시시에도 가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2015년 로마 여행때 방문했던 성당이 너무 많아 정리도 못하고 방치해 뒀다는게 기억났습니다.
...언젠가는 해야겠죠;; 근데 사진을 다시 찾아본들 이제 기억이 제대로 나려나;;;
성 이시돌 목장의 맥그린치 신부 (삼위일체대성당)
성당 여행; 서울 홍제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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